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이 경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인 3역(대통령+총리+기재부 장관)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을 26일 예고한 상태다.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을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한 대행이 이를 거부할 경우 야당은 27일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30일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조직법 제26조에 따라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이어받는다.
기재부는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까지 맡는 경우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면 외교·국방까지 일정 기간 책임져야 한다는 건데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로서 경제 현안에 몰두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국회와 한 대행이 현명하게 의사결정을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고위 관계자도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경제수장이 대행의 대행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우려가 현실이 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부총리가 대행의 대행이 되는 것 자체가 정국 혼란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가 되고, 대외신인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좌우되는 주식·외환시장은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 총리가 탄핵되면 부총리까지 탄핵하지 않으리란 법 없고, 부총리 스스로 사임할 수도 있다"며 "한국 대외신인도는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고, 외국인들은 원화를 팔고 부자들도 달러를 사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9일 이후 4거래일째 1,450원대에서 고공비행하는 환율이 불안심리에 편승해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야당과 한 대행 간 대치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더욱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현재는 정치 혼란을 빨리 수습하는 게 대외신인도를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공무원 조직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만큼 (최 부총리가) 국회를 경제 헤드쿼터라 여기고 정치권과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게 한 뒤 기재부가 일상 업무를 볼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