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의 국무회의 상정을 미뤘다. 대신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4일까지 특검법 공포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요구하며 탄핵을 벼르자 책임을 국회에 떠넘긴 것이다.
한 대행은 야당만 추천권을 갖는 특검은 위헌적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대행은 국회가 지난달 26일 제3차 추천권을 담은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했을 때도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관례나 헌법재판소 판례에도 배치된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내곡동 사저 특검법은 제1 야당 민주통합당이 특검 추천권을 가졌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법에서도 야당에 추천권을 줬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드루킹 특검법 또한 여당인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에 추천권이 주어졌다.
한 대행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정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내란 극복 주장은 헌정질서 파괴”라는 국민의힘 입장에 비춰 여야가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한 대행도 모를 리 없다. 지금 행보는 소모적 정치 공방만 키울 우려가 크다.
한 대행의 행보는 복지부동하는 관료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한 대행이 역할을 당부한 우원식 국회의장조차 “재의요구든 수용이든 권한대행이 판단할 일”이라며 “한 권한대행이 그 판단을 미루기 위해 국민의 요구를 ‘견해 충돌’이라고 표현한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비판한다. 한 대행의 ‘부작위’(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하지 않음)로 인해 국정 불확실성이 커졌다. 당장 어렵게 합의한 여야정협의체가 26일 정상적으로 발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국회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제1당인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 탄핵안을 26일 발의 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다만 한 대행 탄핵을 무턱대고 서두르는 게 현명한 처사인지 신중히 따져볼 문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내적으로 국론 분열을 막고, 대외적으로는 신뢰를 잃지 않는 길을 모색하는 게 수권정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 우 의장이 한 대행의 책임 떠넘기기를 비판하면서도 탄핵에 대해선 "우려스럽다"고 한 이유를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