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 대표되는 비선실세의 ‘군정농단’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비상계엄에 사조직이 관여하는가 하면, 북한 공격 유도 등 외환(적국을 끌어들여 나라를 위태롭게 함) 혐의로 볼 수 있는 극단적 방안까지 꼬리를 잡혔다.
경찰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충격적 메모가 담겨 있다.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비상계엄 요건을 갖추기 위해 국지전을 기획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그간 공세적 대북 조치와의 연관성이다. 수첩에는 '오물 풍선' 내용도 등장하는데, 이와 관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풍선 살포 지역을 원점 타격하라'는 지시를 군에 내렸다는 의혹이 있다. 10월 평양 상공에서 포착된 무인기 역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의 ‘NLL 공격 유도’ 등 메모가 개인적 아이디어인지,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과의 교감 속에서 나온 내용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정보사령관이란 요직을 지낸 전직 장성, 국방장관이 아끼는 비선실세가 이런 시나리오를 그렸다는 것 자체를 허투루 보기 어렵다.
내란과 외환의 죄는 워낙 중하기 때문에 범행에 착수하지 않고 계획만 하더라도 예비죄로 처벌할 수 있다. 내란과 외환의 죄는 현직 대통령도 형사 불소추 특권을 주장하지 못한다.
노 전 사령관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현직 정보사령관을 집 앞에 불러 지시를 내릴 정도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투입, 정보사 간부 인사에까지 그가 관여했다는 정황도 있다. 그런 그의 아이디어라면 충분히 윗선과 공유됐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대북 특수부대를 운영하는 정보사를 통해 실제 계획이 수립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이 정도 단서라면 ‘노상원의 윗선’도 충분히 의심해볼 만하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외환죄 관여 여부도 철저히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