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인간과 우주의 관계는 무엇일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특징 중의 하나는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다. 이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천체의 모습을 제임스웹 망원경이 보여준다. <사진 1>을 보고 숨은그림찾기를 해보자. 잘 들여다보면 가운데에 붉은빛으로 그린 듯한 물음표가 보인다. 이 물음표는 누가 만들었을까?
물음표가 보이는 지역은 사실은 거대한 은하단의 중심부에 있다.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2>는 이 은하단 전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은하단은 은하 수천 개를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천체이며 거리가 무려 47억 광년이나 된다.
이 은하단 질량의 대부분은 보이는 은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차지하고 있다. 이 암흑물질은 중력이 매우 세서 지나가는 빛도 휘게 만든다. 이렇게 휘어진 빛을 우리가 보게 되면 천체의 모습이 원래의 모습과 다르게 보인다. 구부러지기도 하고, 길게 늘어나기도 하고, 여러 개로 보이기도 한다. 유리잔을 통해 사물을 볼 때도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 그래서 무거운 천체는 렌즈의 역할을 하며, 이를 중력 렌즈라고 한다.
지구에서는 물체의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 저울을 사용한다. 그러나 천체의 질량을 저울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천체에서 오는 빛을 분석해 천체의 질량을 측정한다. 과연 빛을 분석해 천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답은 “가능하다”이다. 중력 렌즈 현상을 보여주는 천체의 영상을 분석하면 은하단과 같이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물음표의 둥근 부분은 이 은하단 뒤쪽으로 두 배나 멀리 있는 은하 두 개에서 나온 빛이 은하단을 통과한 후 우리에게 도달하면서 겪는 중력 렌즈 현상 때문에 생긴 것이다. 푸른빛을 띠는 원반 은하와 붉은색의 얇은 은하가 쌍을 이루고 있어 이 은하는 ‘물음표 은하쌍’(또는 한 쌍의 물음표 은하)이라고 부른다.
중력 렌즈 때문에 한 쌍의 은하가 다섯 쌍으로 보이며, 각각 변형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중 가장 적게 변형되어 원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은하는 오른쪽 아래에 보인다. 특히 붉은색 은하가 길게 변형이 되어 물음표의 둥근 부분을 잘 만들고 있다.
물음표의 둥근 부분 위에 보이는 원반 은하는 물음표를 예쁘게 꾸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음표 은하 각각에 구슬처럼 보이는 점들은 젊은 별이 모여 있는 성단이다. 이 성단들은 두 은하가 가까워졌을 때 충격을 받아 최근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물음표의 점에 해당하는 은하는 중력 렌즈와 무관하지만 물음표를 완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가시광선 사진(사진 3의 왼쪽)에서는 원반 은하가 잘 보이지만 물음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붉은 은하는 성간 먼지를 많이 품고 있는데, 이 먼지 때문에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은 대부분 흡수되어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물음표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은하에서 나오는 적외선은 먼지를 잘 통과한다.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찍은 적외선 사진(사진 3의 오른쪽)에서는 붉은 은하가 잘 보이며, 이 붉은 은하의 모습이 물음표의 모양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력 렌즈 때문에 생기는 이러한 우주의 거대한 물음표가 발견되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2023년에 하늘의 다른 지역을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에서도 신기한 물음표가 보인다. 이 사진에서는 스파이크가 달린 푸른색의 밝은 별들이 여러 개 보이고, 다양한 모양의 은하도 여러 개 보인다. 별들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가까운 별들이고, 은하들은 우리 은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 우주들이다. 그런데 사진의 중심부에는 노란색의 예쁜 물음표가 또렷이 보인다.<사진 4> 이 물음표는 누가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