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빚 갚기 힘든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기 한파는 풀릴 기미가 없고 이자 부담은 여전히 버겁다. 12·3 불법 계엄 이후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은 상황에 자영업자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64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늘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는 줄곧 둔화하고 있지만 버거운 규모다. 개인 사업자 대출이 711조8,000억 원, 가계대출이 352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취약 자영업자(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다중채무자)의 대출 연체율이 11.55%까지 치솟았다는 데 있다. 9.83%(1분기), 9.78%(2분기)로 올해 간신히 유지했던 9%대를 결국 넘어선 것이다. 3분기(0.42%)를 비롯해 올해 0.4%대에 머물렀던 비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을 고려하면, 형편이 어려운 사업자의 사정이 훨씬 더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업권별로 봐도 저신용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차주가 찾는 비은행권 대출 연체율(3.51%)은 전분기보다 0.35%포인트나 뛴 반면, 은행권(0.51%)은 0.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 저소득(49만4,000명), 저신용(23만2,000명) 자영업자 차주는 각각 1만5,000명, 3만2,000명 증가했다. 한은은 "기존 자영업자 차주들의 전반적인 소득 및 신용도 저하에 주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기조 지속 등으로 기존 중소득·중신용 이상 자영업자 차주들이 저소득·저신용 군으로 전락한 파장이 컸다는 얘기다. 이에 한은은 "자영업자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가계신용은 3분기 말 기준 1,913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가계대출에서도 취약층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저신용자에게 생활안정자금을 빌려주는 햇살론뱅크의 연체율(대위변제율)은 지난달 말 기준 16.2%로, 지난해 말(8.4%)보다 2배가량 급등했다.
다만 국내 금융시스템 안전도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스템의 단기적 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11월 17.3을 기록해 주의 단계에 머물렀고,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3분기 32.9로 장기평균(2008년 이후 34.5)을 하회하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