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가장 핫한 작가를 꼽으라면 '무빙' '조명가게'로 글로벌 히트작을 연이어 탄생시킨 강풀을 빼놓을 수 없다. 원작이 갖고 있는 이야기 힘은 드라마에서 더욱 시너지를 발휘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강풀 작가는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4일 공개 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이뤄냈고, 디즈니플러스 런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로 최다 시청을 기록했다.
먼저 강풀은 이러한 흥행 성적에 "많이 기쁘다. '조명가게' 이야기 자체가 낯설다. 인물 하나하나를 짚기 때문에 진짜 이야기는 5회부터 시작된다. 4회까지 시청자들이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했다. 위험한 시도일 수 있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시청자들이 다 따라와주시고 좋은 결과까지 나오니 기분이 아주 좋다"라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강풀에게는 부담감이 있었다. 전작 '무빙'이 액션과 하이틴, 멜로 장르이기에 진입장벽이 낮았다면 이번 작품은 호러물이기 때문이다. 각본을 집필하는 과정에서도 장르적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를 두고 강풀은 "호러는 영화에 적합한 장르다. 보통 호러물들은 귀신의 정체가 나온 후로 맥이 풀린다. 저는 그런 쪽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조명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한꺼풀 씩 풀어가는 것을 택했다. 요즘처럼 드라마가 많이 위축되고 있고 제작편수가 주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라고 토로했다.
그의 말대로 '조명가게'는 통상적인 흥행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회당 시점이 거듭 반복되면서 친절한 서사 풀이와는 거리가 멀다. 강풀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4회까지 서사의 빌드업을 거쳤다. 스스로 의심했지만 호러 장르로 시작되는 멜로를 하고자 했던 뚝심을 지켰고 이는 호평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귀신일까. 이에 강풀은 "귀신이라는 것은 밝혀지지 않은 심령의 존재다. 창작하기 좋은 소재다. 귀신도 죽기 전에 사람이었을 텐데. 저는 원래 겁이 없다. 만화가가 되고 나서 드라마로 다시 풀어보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특히 강풀은 이번 작품 제작을 앞두고 '무빙'에 출연했던 김희원에게 연출을 맡겼다. '무빙' 현장에서 김희원이 발휘했던 연기력과 연출에 대한 고심을 느꼈고 이는 신뢰로 이어졌다. 강풀은 "김희원 감독과의 합은 너무 좋았다"라면서 "'조명가게'는 사람을 다루는 이야기이기에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수십 가지 선택의 순간에 감독이 큰 역할을 한다. 현장 경험도 많고 연출에 뜻이 있는 분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김희원에게 제안을 했다. 아직 차기작이 정해진 바 없지만 같이 작업하고 싶은, 신뢰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새벽 출근도 감수하면서 '조명가게'를 촘촘하게 구성했고 작가와 감독의 고심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조명가게'에겐 전작 '무빙'이 늘 따라다니기도 했다. 지난해 공개된 '뭅빙'은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7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공개 당시 한국은 물론 일본 홍콩 대만 등에서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다. 강풀은 "'무빙'을 촬영하는 막바지에 '조명가게'를 썼다. '무빙'이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지만 그래도 '조명가게'를 했을 것이다. 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것이 제 보람"이라며 가치관을 드러냈다. 아울러 배성우의 캐스팅에 대해서 일각의 부정적 여론도 있다. 이를 두고 강풀은 "배성우 논란이 속상하다. 분명 배성우 역할이 중요한 것이 맞기 때문에 부정하긴 어렵다. 말을 아끼겠다"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런가 하면 13년 전 공개된 원작 '조명가게'가 드라마 공개와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드라마에 매료된 팬들이 원작을 함께 찾아보며 쌍끌이 흥행이 시작됐다. 작가가 생각한 흥행 비결을 묻자 강풀은 "이유는 재밌어서다. 저는 제 만화가 클래식이 되길 원한다. 나중에 꺼내보아도 재밌도록 이야기의 힘을 넣었다. 우리 드라마도 클래식이 될 것 같다. 부끄러워서 남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다. 이 드라마가 이후에 나오는 한국 호러 드라마의 기준이 되길 바라는 야망이 있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저는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쓰는 게 제 목표입니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아요. 재벌 등 아직까지 대단한 직업이 있는 사람들을 쓰지 않았어요.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강풀 유니버스라는 말은 아직 이르지만 세계관에 몰두해서 계속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