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이 협상 대상이냐"... '한덕수 궤변'이 野 탄핵 트리거 됐다

입력
2024.12.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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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에 공 떠넘긴 韓 국무회의 발언
野 "내란 동조 혐의 두고 볼 수 없어"
물밑 조율 담당했던 책사들도 등 돌려
韓 탄핵 당론  → 탄핵안 제출 속도전
헌법재판관 임명 26일까지 일단 보류
'단계적 압박 높이기'... "최후의 경고장"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마지노선으로 예고한 24일 곧바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서두른 명분은 '내란 동조' 혐의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놓고 탄핵 심판을 무력화하는 와중에 한 권한대행 역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내란 특별검사법) 시행과 △헌법재판관 임명에 노골적으로 훼방을 놓으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 지연 전략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종일 탄핵 기세를 한껏 끌어올리다가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며 돌연 탄핵안 발의를 26일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국회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안이 통과된 이후 한 권한대행의 '마지막 결단'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물밑 조율 담당' 중진 책사들마저 돌아서

탄핵 카드의 트리거가 된 것은 이날 오전 있었던 한 권한대행의 국무회의 발언이었다. 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 수용과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협의 또는 타협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 탄핵 강경론에 기름을 부었다. 당초 한 권한대행에게 제시한 시한이 이날까지였던 만큼 민주당은 막판까지 설득작업을 펼치려 했으나, 한 대행의 책임 떠넘기기에 강공으로 돌아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무회의 직후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란수사가 어떻게 타협 대상이 될 수 있나"라면서 "탄핵 절차를 바로 개시하겠다"고 격분했다.

한 권한대행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주실 것"이라고 발언한 대목도 야당 의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야당의 요구가 마치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의미처럼 읽힐 여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본보에 "한 권한대행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 어디에 내란을 협의하라고 돼 있느냐"고 발끈했다.

최근 한 권한대행 측과 물밑 조율을 담당했던 중진 책사 의원들마저 한 권한대행의 '궤변'에 잇따라 등을 돌렸다. 특검은 물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헌법재판관 임명마저도 한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가 없으면 임명 못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인 것이 결정타가 됐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의 경우, 헌법재판소 포함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권한대행이 임명권 행사를 하지 않는 게 위헌이라고 할 만큼, 특검법보다도 이견이 적은 사안임에도 한 권한대행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을 비공식적으로 만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란) 확신범이 분명하다", "알려진 것보다 내란에 더 깊숙이 연루된 게 아니면 이럴 수 없다"는 성토가 이어지며 '한덕수 불신론'이 크게 퍼졌다는 전언이다.

탄핵안 발의 시점 연기... 단계적 압박 전술

한 권한대행을 향한 분노로 들끓던 민주당은 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을 만장일치로 당론 채택한 이후 탄핵소추안 제출 시점까지 공지하며 속도를 끌어 올렸다. 그러나 정작 2시간도 채 안돼 발의 자체는 보류됐다. 우선 26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선출안을 처리한 이후, 한 권한대행이 임명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 여망이 무엇인지 결심하길 바란다. 인내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다"고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단계별 압박 전술을 구사한 민주당은 일단 26일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켜본 뒤 탄핵 열차를 다시 출발시킬 예정이다. 이 경우 27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30일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스케쥴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우태경 기자
박세인 기자
권우석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