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과 나의 첫 만남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드비전이 위탁 운영하는 복지관 건물에 있던 어린이집에서 시작해,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방', 중학교 시절에는 '비전 디자이너'(현 꿈꾸는 아이들), 고등학교 시절에는 지역 주공아파트 세대 간 소통을 위한 주민동아리 '모두 주인공'의 아동 대표 활동까지, 청소년 시기 내내 월드비전은 내 곁에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할머니와 갈등이 생길 때면 빨리 어른이 되어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할머니가 청소 일을 하며 얼마나 힘든 삶을 견뎌왔는지 알면서도, 작은 거실에서 할머니, 언니와 함께 지내야 했던 생활은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갈망이 점점 커졌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한 달 뒤에는 언니와 함께 자취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생긴 나만의 공간은 자유로움을 선사했지만, 곧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이 찾아왔다. 월세 계약, 이사, 생활비 관리 등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며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가족의 지원을 받는 친구들을 보며 속상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런 감정을 억누르며 '보통의 삶'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내 시간표는 빽빽했다. 학생회 활동, 월드비전 동아리 창설, 3년 반 동안의 근로학생 생활, 매 학기 성적장학금을 받으며 치열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 졸업 후 취업하면 '보통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현실은 예상과는 달랐다. 이제는 할머니를 돌보는 보호자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최근 할머니의 입원으로 언니와 간병 계획을 세우고, 퇴원 후 편히 생활하실 수 있도록 집 구조를 변경하고 침대도 마련했다. 본격적인 돌봄의 시작이라는 현실에 부담감이 크지만, 할머니가 베풀어 준 사랑에 보답할 기회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지난 10월 월드비전이 주최한 ‘빈곤 청년 자립 연구 공유회’에서 청년 대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청년이 "자립준비청년이 자립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다.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길 바란다고. 친구들과 비교하며 억울하고 불안한 순간도 있겠지만, 혼자 참지 말고 주위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며 길을 찾아가면 좋겠다.
모든 자립 준비 청년과 가족 돌봄 청년이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힘차게 걸어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