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범용 반도체(레거시 반도체)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이 비시장적 수단을 동원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이유다. 중국은 즉각 "자국 반도체 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자기모순"이라고 반박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중국의 반도체 지배를 위한 행위·정책·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며 "조사는 통상법 301조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낮은 가격의 반도체를 공급해 자국의 경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세계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시장 점유율 목표를 설정하는 등 불공정하고 비시장적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이번 조사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은 레거시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국산 실리콘 카바이드 기판과 반도체 제조 웨이퍼도 조사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레거시 반도체의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반도체가 방위, 자동차, 의료기기, 항공우주, 통신, 발전, 전력망 등 핵심 산업의 최종 제품에 어떻게 통합되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다만 미국의 무역 관련 조사는 통상 수개월이 소요돼 이번 조사 역시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사는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행위가 불합리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미국 정부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즉각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담화문에서 "미국은 중국 탄압과 국내 정치적 필요 때문에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며 "미국은 반도체법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고 있으면서 오히려 중국 산업의 위협을 과장하는데, 이는 명백한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