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 찬성' 트럼프 돌아오기 전에... 바이든, 사형수 37명 감형

입력
2024.12.23 20:30
연방 사형수 40명 중 37명 대상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
트럼프, 첫 임기 당시 사형 13건 집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 사형수 대부분의 형을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연방 사형 집행을 재개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취임을 한 달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연방 미결 사형수 40명 중 37명의 형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연방 수준에서 사형제도를 중단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확신하고 있다"며 "내가 중단시켰던 사형 집행을 새로 들어설 행정부가 다시 시작하는 것을 양심적으로 가만히 두고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감형된 37명 대부분은 살인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미 정부는 비판 여론을 고려한 듯 피해자 가족·친구를 비롯해 시민단체와 종교 지도자 등의 지지 성명을 함께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히 말하겠다. 나는 이 살인자들을 강력히 비난하며, 그들의 끔찍한 행위로 희생된 피해자들과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모든 가족을 애도하고 위로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선거 과정에서 연방 사형제 폐지를 공약으로 걸었다. 임기 동안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바이든 정부는 법무부에 연방 사형 집행을 유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반면 트럼프 당선자는 '사형제 확대'를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내걸고 "연방법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주장해왔다. 통상적으로 연방법은 살인·간첩·반역죄의 경우에 한해 사형을 허용하지만, 이 범위를 마약거래·인신매매 등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첫 임기 마지막 7개월 동안 20여년 간 중단됐던 연방 사형 집행을 13건이나 허가한 바 있다.

이번 감형 대상에서 제외된 3명은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범인이나 백인우월주의 총기난사범 등 대규모 총격 사건 또는 테러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다. 내달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정식 취임하더라도 전 정권이 내린 감형 결정은 번복할 수 없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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