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 없이 '억측'이라고 반박하며 3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 회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임으로만 (회장직을) 끝내려 했지만, 많은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체육계를 도외시하고 출마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출마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불거진 ‘체육회 사유화’ 논란 탓에 3선 도전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11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의혹을 받는 이 회장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에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사무실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은 관련 혐의에 대해 “억측”이라며 반박했지만, 명쾌한 해명보다는 '절차' '관행' '사전승인' 등을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우선 이 회장 딸의 대학 친구인 A씨를 선수촌에 부당 채용한 의혹에 대해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고 부정 채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4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한 특혜제공 의혹,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제공한 보양식 비용을 스포츠종목단체 B회장에게 대납하게 한 의혹에 대해서도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승인도 받았다. 잘못이 있다면 승인해준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회장 당선 후 기소돼 실형이 선고될 경우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생각 안해봤다"고 잘라 말했고, 지난달 문체부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린 직무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나는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닌 선출직이다. 직무정지를 하려면 대의원총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회장은 "문체부 감사를 기초로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감사원 조사도 있었다. 사법기관이 다 조사하는 건 건국 이래 처음일 것"이라며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악마화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각종 의혹과 별개로 이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임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3선 도전 명분을 잃은 상태다. 애초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국제기구 임원 당선을 위한 노력과 계획 및 가능성'을 포함한 정성 평가 항목에서 이 회장에게 높은 점수를 주며 그의 3선 도전을 승인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Independence(독립) △Optimization(최적화) △Collaboration(협력)을 체육회 변화를 이끌 세 가지 키워드로 발표하며 약자인 IOC를 강조했다. 본인이 현재 IOC 위원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내년에 IOC 위원 임기가 끝나지만 체육회장에 당선되면 IOC 위원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이 완성되고, 청년-장년-노년의 피라미드형 체육구조가 실현되면 임기가 끝나지 않더라도 훌륭한 회장님께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