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격 유도' '정치인은 수거 대상' '사살'… '노상원 수첩' 파장 어디까지

입력
2024.12.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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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북풍' 모의 정황 적힌 수첩 확보
민간인 노상원, 계엄 전반 기획하며 메모
'국회 봉쇄' '수용 및 처리 방법' 실명 적시도

'롯데리아 회동'으로 12·3 비상계엄을 기획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NLL(북방한계선)에서 북 공격 유도'라는 표현이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사령관 등 계엄 주도 세력이 '북풍 공작'까지 기획한 것으로 보여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사령관은 수첩에 정치인, 언론인, 노동조합, 판사, 공무원을 '수거 대상'으로 적었다. 경찰이 압수한 노 전 사령관 수첩이 계엄 전모를 밝히는 또 하나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전망이다.

'북풍' 정황 적힌 수첩 확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적힌 노 전 사령관 수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60~70쪽짜리 손바닥 크기 수첩에는 회동 당시 노 전 사령관이 메모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단어가 조각조각 적혀 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 조사에는 거의 응하지 않고 있다.

수첩에는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적시돼 있다고 한다. 군 당국이 계엄 요건을 만들기 위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거나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하는 등 국지전을 유도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대목이다. 내란죄 수사 중 북한과의 물리적 충돌을 유도하려 했다는 단서가 잡힌 건 처음이다. 우종수 본부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석해 "(수첩에 오물 풍선이라는 표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국회의원 등을 '수거대상'으로 명시...실제로 체포하려 했던 듯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후 국회를 봉쇄하고, 실제 '체포조'를 운영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수첩에는 '국회 봉쇄'라는 단어가 있고 언론인, 정치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들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고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한 언급도 있다"며 "이는 체포의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정치인, 언론인, 판사 중에는 실명이 적시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 본부장은 국회 현안 질의에서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지난 13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여 전 사령관이) 계엄령 선포 직후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14명의 명단을 불러주며 '이들을 신속히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구금시설로 이동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14명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외에도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일반이적죄 적용해 수사 확대 전망

국수본 측은 "단편적인 단어의 조각이라 전체 맥락까지 잘못 해석할 우려는 있다"고 단서를 달며 메모 내용 일부를 공개했지만, 국수본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일반이적죄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이적죄는 형법상 외환죄 중 하나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 등이 의도적으로 군사 충돌을 유발해 계엄 상황을 만들려고 한 것이 외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수본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을 경기 안산 점집에서 긴급체포하는 과정에서 이 수첩을 확보했다. 국수본은 김 전 장관의 통화내역을 분석하던 중 노 전 사령관과의 통화기록을 확보했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은 1989년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에서 첫 근무연을 맺은 뒤 박근혜 정부 시절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밑에서 함께 근무했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정보학교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군복을 벗었다. 불명예 전역으로 군인연금이 끊긴 그는 이후 명리학을 공부하며 안산에서 역술인으로 활동해왔다.

조소진 기자
김태연 기자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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