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전국 스키장이 문을 열면서 동계 스포츠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사진 설원을 내려오는 스릴감에 많은 이들이 찬바람이 불길 기다리지만, 추운 날씨에 빠른 속도를 내는 운동이다 보니 근육‧인대파열, 골절 등 부상을 당하기도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2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스키와 스노보드 안전사고는 총 1,234건이다. 2021년부터 매년 증가해 지난해엔 2022년 대비(237건) 86.9% 상승한 443건이 접수됐다. 전체 사고 중 대다수는 낙상사고(1,137건‧92.1%)이며, 충돌로 인한 부상은 56건이다.
활강하며 내려오는 스키나 스노보드의 속도는 시속 20~30㎞ 안팎으로, 충돌하거나 낙상 시 몸 곳곳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올겨울은 축축하고 무거운 ‘습설’이 많이 내릴 것으로 전망돼 부상 우려도 키우고 있다.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는 습설이 내릴 경우 스키장의 슬로프가 더욱 질퍽해질 수 있어서다. 마른 눈보다 스키‧스노보드의 엣지(슬로프와 직접 접촉하는 면)가 눈에 박히기 쉬워 중심을 잃고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키의 주요 부상 부위는 둔부나 다리다. 활강 중 다리가 꺾여 정강이뼈가 부러지거나, 충돌로 무릎이 과도하게 회전한 탓에 반월판 연골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반월판 연골은 무릎 관절 사이에 있는 반달 모양의 연골이다. 무릎이 받는 충격을 완화해 무릎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중심을 잃고 뒤로 주저앉을 때 무릎의 전방십자인대나 후방십자인대가 끊어질 수도 있다.
스노보드는 양쪽 다리가 고정돼 있어 넘어질 때 앞이나 뒤로 넘어지는데, 이때 손목 부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손목이 과도하게 꺾이면서 염좌나 골절이 생길 수 있다. 뒤로 넘어질 경우엔 뇌진탕도 입을 수 있다.
팔‧다리만 다치는 건 아니다. 동계 스포츠 시즌에 발생하는 주요 부상으론 안와골절도 있다. 안구와 주변 뼈 사이엔 지방조직 등이 있어 안구를 보호하는 완충 작용을 하는데, 안구 주변의 뼈는 얇기 때문에 낙상 등으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쉽게 부러진다. 코를 풀었을 때 다친 쪽의 눈이 부풀어 오르면 안와골절을 의심해봐야 한다. 코를 풀면서 골절된 곳으로 공기가 들어가 눈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비해 방심하기 쉬운 겨울철 자외선도 안질환을 일으키는 요소다. 햇볕이 뜨거운 여름철 보다 신경을 덜 써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스키장의 자외선 강도는 여름보다 4배 안팎 강하다. 모래사장의 자외선 반사율은 15~20% 남짓이나, 설원의 자외선 반사율은 80% 이상이다.
자외선에 노출될 당시에는 느끼기 힘들지만, 강한 자외선에 노출된 지 8시간 이상이 지나면 눈 주위의 통증과 이물감, 충혈 등이 나타나게 된다. 반사된 자외선이 각막 손상‧화상을 일으켜 각막상피세포가 파괴되고, 자외선 각막병증을 일으킨 탓이다. 따라서 겨울철 야외활동 시에는 고글과 헬멧 같은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고글이나 선글라스의 색이 너무 짙으면 시야가 방해되고 동공 확장으로 눈에 들어오는 자외선의 양이 많아질 수 있으니 70~80%의 색 농도를 가진 게 바람직하다.
골절이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골절 의심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두는 것이 좋다. 그러면 지혈이 빨리 되고 부종이 진행되는 것도 늦출 수 있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오승목 원장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스노보드 등 갑자기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심폐기능과 관절, 근육에 무리가 오게 된다”며 “근력을 키우면 넘어지거나 충돌할 경우 입게 되는 근골격계 손상을 줄일 수 있고, 스노보드 등을 타기 전 스트레칭을 통해 경직된 근육을 풀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겨울철에는 일상생활에서도 낙상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폭설과 한파로 빙판길이 만들어지고, 블랙아이스라 불리는 얇은 얼음층까지 생기는 탓이다. 특히 노인에게 치명적인 고관절 골절은 이 시기에 더욱 주의를 요구하는 질환이다.
고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이 만나는 관절로, 체중을 지탱하며 걷거나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젊고 건강한 사람의 고관절은 쉽게 골절되지 않지만, 고령자나 골다공증 환자에겐 사소한 낙상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고관절 골절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대부분 진단이 가능하다. 골절 부위를 고정하는 수술이 일반적이지만, 손상 정도가 심할 경우엔 인공관절치환술을 쓰기도 한다. 전상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수술은 골절 발생 후 최대 48시간 이내에 시행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