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뱀 꿈'

입력
2025.01.01 04:30
동시 당선자 안지현

뱀에 물리거나 뱀을 죽이는

꿈을 꾸면 사람들은 좋아하지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는 뱀 꿈

은 너무 좋아 뱀도 꿔


피아니스트가 되고픈 뱀 꿈

자전거 챔피언이 되고픈 뱀 꿈


간절한 꿈속 자기를

물고 또 물고 죽고 또 죽이며

작아진 허물 벗을 때마다

선명하고 매끄러워지는 뱀


피아노 속으로 들어가네

온몸이 손이라

자전거도로로 뛰어드네

온몸이 발이라

기다란 몸 꿈틀거리네

온몸이 가슴이라

온몸으로 꿈꾸는 뱀은

기어가는 꿈 한 마리

소리 지르지 말아 줘

꿈이 꿈 이루는 중이니까

뱀 꿈꾸는 뱀 꿈 이루어지는 꿈

뱀 꿈

안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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