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이 ‘롯데리아 회동’의 전말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수본은 계엄 모의를 주도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긴급체포하는 과정에서 군 배치 계획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적힌 수첩을 확보했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수본은 이날 구속된 노 전 사령관과 김용군 전 대령을 불러 2차 롯데리아 회동이 마련된 과정과 그 자리에서 논의한 내용을 조사했다. 롯데리아 회동은 계엄 이틀 전인 1일과 계엄 선포 당일인 3일에 열렸다. 두 차례 회동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심복으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이 주도했다. 국수본은 노 전 사령관이 마련한 자리가 더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의 주거지인 경기 안산 일대의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고 있다.
1차 회동에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장악 계획이 주로 논의됐다. 올해 4월 여당의 총선 참패 원인이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있는지 조사하려고 선관위 전산 서버를 확보하려고 구상한 것이다. 1차 회동엔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정모 대령과 김모 대령이 참석했다. 국수본은 노 전 사령관이 이날 회동에서 “너희는 선관위 전산실로 가라, (투입)인원은 선발했냐“라고 말한 점에 주목하고, 군복을 벗은 노 전 사령관이 현역 정보사 간부들을 지휘했다고 보고 있다.
문 사령관은 계엄 선포 3분 만에 선관위에 정보사 요원 10명을 투입하고, 국회의원 체포조로 북파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정보사 특수임무대(HID)를 배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 대령은 국수본 조사에서 “선관위 인원과 명단을 확보하고 2인 1조로 병력을 배치했다. 직원의 이동 강제를 위해 케이블타이나 마스크와 두건 등을 준비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진술했다.
계엄 선포 당일 진행된 2차 회동에선 국회와 선관위 장악 이후 추진할 후속 작전 및 수사와 관련된 ‘제2수사단’ 논의가 진행됐다. 3일 오후 2시 반쯤 마련된 회동엔 노 전 사령관과 김용군 전 대령,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과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1명이 참석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사용한 기자수첩 1권과 휴대폰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구 여단장은 계엄 선포 당일과 다음 날 휴가를 냈고 이 회동 이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100여단으로 이동해 오후 6시쯤 문 사령관과 김봉규 심문단장,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 등과 함께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인 체포가 어려울 경우 이를 진압하려고 기갑전력을 지휘하는 구 여단장이 회동에 참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수본은 이날까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대령을 구속했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문 사령관을 구속했다. 검찰이 구속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까지 합하면 모두 10명이 수사기관에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