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탄핵 정국에 정책 동력이 상실된 만큼 내실있는 대책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헌재에서 탄핵이 결정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중심으로 위기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는 해를 넘기지 않고 내년 경방을 공개할 수 있도록 막바지 작업 중이다. 시점은 크리스마스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확고한 대외신인도 유지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튼튼한 산업체질 역량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 강화 등 네 방향을 중심으로 청사진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 부재에 기재부 내부도 어수선하다. 다만 올해 초 취임과 동시에 '역동경제'를 핵심 의제로 세우고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 최 부총리인 만큼, 당장 현안 대응과 연속성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방 발표 시점이 미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연내 내놓기로 한 데엔 한국 경제의 견고함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최우선순위는 대외신인도 관리다. 외국인 투자자 인센티브 강화, 범정부 옴부즈만 태스크포스(TF) 가동, 외환·증권시장 거래 인프라 개선 등을 담을 계획이다. 경제상황과 대응 노력을 알리는 한국경제설명회(IR)도 계획하고 있다. 환율은 이미 변동성이 커진 만큼 20일 선물환 포지션 한도 상향,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 완화 등을 담은 외환수급 개선방안을 먼저 내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도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 석유화학산업 경쟁력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중장기 원전 로드맵 등을 준비 중이다. 내수 진작을 위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율 상향과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든 건설 부문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공사비 안정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실효성은 미지수다. 앞서 야심차게 냈던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주주환원 촉진 세제,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 등 법안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인 2017년도 경방을 냈지만 '정책 재탕' 비판을 받았고, 반년여 만에 문재인 정부 새 경방이 나와 대부분 사장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솔직히 효능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털어놨다.
민감한 정책은 손을 대지 못하는 시한부 경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방은 내년 상반기 정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데,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고 짚었다. 하 교수는 "현재는 관리 위주로 갈 수밖에 없겠지만 통상환경 악화, 성장동력 저하 등 긴급한 현안과 관련해선 여야정 국정협의체 논의를 기반으로 조정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1%대까지 낮춰잡을지도 관건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정부 경제동향에서도 하방 위험 우려를 강조한 터라, 당초 내다본 내년 성장률(2.2%)보다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정부 성장률은 목표치를 감안한 수치라 잠재성장률(2%)보다 낮게 제시하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은행은 1.9%,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로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