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최후통첩을 날렸다. 24일까지 내란·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탄핵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두 개의 특검법 외에 내란 상설특검후보 추천도 압박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기한은 31일인데도 일주일 앞당겨 재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고 맞받아쳤다.
탄핵 정국의 키를 쥔 한 권한대행은 침묵하고 있다. 총리 시절, 김건희 특검법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3차례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만큼 당장 입장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버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민주당이 이날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한 권한대행마저 물러날 경우 국정 혼란이 가중되는 만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①상설특검 후보 즉시 추천 의뢰 ②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즉시 공포 ③헌법재판관 임명 절차 신속 진행 3가지를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①·②를 콕 찍어 "(국무회의가 열리는) 24일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직접 '탄핵'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책임을 묻는 방법이 탄핵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당초 한 권한대행의 탄핵에 주저하던 민주당이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앞서 19일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상설특검법에 적시된 대통령이 '지체 없이' 해야 할 의무는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에서다. 상설특검법은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후속절차인 후보자 추천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불법계엄의 진상을 규명할 특검 발족은 마냥 지체되고 있다. 현재 한 권한대행은 계엄 사태 관련 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김용민 원내 정책수석부대표는 "내란의 큰불은 진압했지만 잔불은 여전하고 잔불이 다시 큰불이 되는 것을 막는 게 내란 진압"이라며 "국정안정과 내란 진압의 가치가 충돌하면 내란 진압이 우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도 마련해둔 상태다.
조국혁신당은 아예 탄핵안을 공개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한 권한대행을 총리 자리에 놔둔 유일한 이유는 국정 안정인데, 대통령 내란을 대행하고 있다"며 "지금 (국정 안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한 권한대행"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탄핵 사유로 △계엄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에서 '시늉 같은 반대'만 한 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 권한을 공동행사하겠다고 한 것을 꼽았다.
민주당은 23일부터 '비상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 개의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기한인 내달 1일을 목표로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모든 상임위를 매일 열어 내란 의혹을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에는 주말 장외집회도 검토 중이다. 강 원내대변인은 "당이 주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단체 쪽에서 하는 집회에 우리가 결합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실제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다. 원내 관계자는 "어쨌거나 내란 피의자인 한 권한대행이 국정 안정의 키를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 시국엔 한 권한대행 탄핵이 단호한 개혁으로 보이진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탄핵 필요성은 차고 넘치지만, 그럼에도 국정 안정을 위해선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말까지 본회의를 연달아 열면서 탄핵 고삐를 놓지 않을 참이다. 아울러 23·24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26일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공세를 퍼부을 기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일이 27일로 잡혀 있는데, 26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다면 현재 6명인 헌재 구성을 9명으로 늘려 탄핵 심판에 한층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통령 탄핵에는 재판관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판관이 추가로 임명되지 않으면 6명 만장일치가 아닐 경우 탄핵은 물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