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해 연이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분쟁 상황과 관련해 교황이 공개적으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은 이례적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시국 내 추기경들을 대상으로 한 연례 크리스마스 연설에서 "어제 어린이들이 폭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전날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 최소 25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교황은 그러면서 "이것은 잔학 행위(cruelty)다. 전쟁이 아니다. 마음이 아파 이 일을 언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공격에 대한 일침이었다.
최근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 전례가 없을 정도로 직설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에 공개된 한 책의 발췌문을 보면 교황은 "가자에서 일어나는 일은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행위가) 국제 법률가들이 정한 '제노사이드'의 기술적 정의에 부합하는지 주의 깊게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9월에도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희생을 언급했고,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무차별 공습에 대해선 "도덕성의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교황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공습은) 하마스의 잔혹 행위에 맞서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것"이라며 "이중 잣대로써 유대국가·유대민족을 표적으로 삼지 말라"고 밝혔다. 지난달 교황 언급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은 "교황은 '제노사이드' 용어를 가볍게 여기고 있다"며 "집단학살에 대한 비난은 근거가 없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