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조기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며 압박 공세에 나섰다. 한 대행이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여부를 12월 31일까지 꽉 채운 뒤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지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심판을 할 헌법재판관 임명에 난항을 겪을 수 있어 실제 조기 탄핵을 추진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대행에 대한 조기 탄핵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결정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은 당장이라도 국무회의를 열어 (쌍특검법을) 공포하면 된다"며 "12월 31일까지 민주당은 기다리지 않는다. 선제적인 탄핵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기한이 내년 1월 1일이지만, 12월 31일까지 숙고할 수 있는 시간마저 주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조기 탄핵에 착수할 레드라인으로는 '내란 상설특검'을 제시했다.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상설특검은 한 대행이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멈춰 서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상설특검은 대통령이 특검후보추천위에 후보자 추천을 의뢰해야만 가동될 수 있다. 노 원내대변인은 "일정한 날짜를 지정해 상설특검 임명 절차에 돌입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그게 조기탄핵 여부의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행이 상설특검 추천 의뢰에 나서지 않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자체로 내란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조기 탄핵 카드는 쌍특검법 거부를 저지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한 대행의 탄핵에 대해선 국정 수습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한 대행이 전날 양곡관리법 등 민주당이 주도한 6개 법안을 거부하면서, 당내에서는 거부권 행사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오늘 의총에서도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그 과정에서 조기 탄핵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조기 탄핵에 착수할 가능성은 낮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가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달 23, 24일 양일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열고, 30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고자 했다. 현 6인 체제에서는 헌법재판관 중 단 한 명만 반대해도 탄핵안이 기각될 수 있어, 9인 체제로 안정성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 대행을 31일보다 일찍 탄핵할 경우, 헌법재판관 임명 스케줄까지 꼬이면서 6인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물론 민주당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최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여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우 의장으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계엄령 해제 의결에 도움을 줬던 국민들을 위한 감사문을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방침도 당론으로 채택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4·19 혁명 직후에도 국회에서 의결한 전례가 있다"면서 "그 전례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감사문에는 "민주적 결단과 과감한 행동으로 대한민국을 수호한 우리 국민께 무한한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며 국민들의 행적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계엄군에 동원된 병사들에 대해서도 "내란의 주모자들에 의해 강제로 동원됐지만 임무를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했던 계엄군 병사들과 총칼로 무장했으면서도 끝내 국민을 해치지 않으려 했던 계엄군 병사들을 기억한다"고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