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사전 모의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대령이 혐의를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계엄을 사전 모의한 군 간부급 인사 중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모 대령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김경호 변호사는 20일 대령 측이 변호인에게 제시한 진술을 토대로 ‘대국민 사과 및 자료 공개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정 대령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과 함께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집에서 계엄 계획을 논의한 4명 중 한 명이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정 대령을 참고인 조사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사태에 동원된 유능한 부하 장병에게 더 이상 책임이 전가되지 않길 바라며, 잘못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조사 진술을 토대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정 대령은 사전 모의 당시에는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대상으로 인원을 강제로 회의실로 이동시키는 등 인원 통제를 준비하면서 "아, 이거 계엄일 수 있겠다"는 인식을 했다고 한다. 선관위의 전산서버를 확인하는 등의 일이 헌정질서 전복과 관련될 수 있음을 짐작했다는 것이다.
정 대령은 단순히 노 전 사령관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듣는 데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 대령은 선관위 직원 출근 시 신원 확인을 하고 회의실로 이동시키는 계획을 준비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케이블타이나 마스크, 두건 등 선관위 직원을 강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까지 논의했다.
정 대령을 비롯한 정보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2분 만에 경기 과천의 선관위 사무실로 병력을 보냈다. 정보사 병력은 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 과천청사로 진입, 행정시스템 서버와 보안시스템 서버를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