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자는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했던 때를 자주 떠올린다.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이 당시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주미 대사였던 필자는 국회의 탄핵 의결(2016년 12월) 이후 하루하루 긴장 속에 지내 왔던 주미대사관 직원들에게 심기일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곧바로 직원 전체 회의를 소집해 대사로서의 소회를 공유했다.
내용은 이랬다. 필자가 1978년 외무부에 입부한 이후 1987년, 1997년, 2008년 등 약 10년 주기로 우리나라는 격변의 진통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정치·외교·경제 모든 분야에서 더 큰 나라로 발전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국난 극복의 DNA를 갖춘 국민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원수의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맞아, 대한민국의 안보, 경제를 담보하는 외교 최일선에 있는 주미대사관 외교관 각자가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해 나가자는 요지였다.
그리고 2024년. 국제 질서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직면해 있다.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하필이면 바로 그 시기에 국가 원수에 대한 탄핵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환율, 주가, 그리고 우리 경제에 대한 신인도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미국, 일본, 유럽 등 우리나라 안보 및 경제 발전에 제일 중요한 국가들마저 미리 계획돼 있었던 방문과 회의도 취소하면서 계엄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 어려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우선 중요한 것은 탄핵 의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파하는 것이다. 2017년 당시 미국 조야의 인사들은 대한민국이 황교안 권한대행체제하에 점차 안정되는 과정을 주시하면서 안도했다. 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국정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열어 놓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안정적 국정 운영에 역행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 국민, 기업, 국가가 국제 경쟁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앞서 열거한 많은 문제들은 사실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되거나 안정된다. 하지만, 우리가 경쟁력을 잃으면, 더 큰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경쟁력 실추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 국가와는 기술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다른 한편으론 중국의 저가 공세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소위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모 기업에서 강조한 것처럼 기술과 경영의 ‘초격차’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물론 기업의 노력이 가장 우선이지만, 정부와 국회도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R&D(연구 개발) 예산의 대폭 증액, 세제 지원, 인력 양성 등 할 일이 많다. 이 중요한 시기에 ‘국회의 입법 기능이 마비됐다’는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은 국가 신인도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 정부, 국회의 노력은 국민 개개인의 각성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완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7개국밖에 없는 ’30-50클럽’의 일원이다. 1인당 GDP가 3만 불을 넘으면서,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를 말한다. 필자는 ‘1인당 GDP는 국민 개개인의 국제 경쟁력을 숫자로 표시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 각자가 자중자애하면서 조속한 정국 안정과 국제적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