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9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의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에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 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확정 발표했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 제품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후공정(패키징) 제조 공장을 설치하게 된 데 따른 반대급부다. 2025년 1월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을 앞두고 보조금 지급 근거인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의 효력이 유지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보조금 지급이 확정되면서 SK하이닉스로서는 한숨 돌리게 됐다.
미 상무부는 이날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에 직접 보조금 최대 4억5,800만 달러, 정부 대출 5억 달러(약 7,200억 원) 등을 지원하는 최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미 상무부는 8월 최대 4억5,000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지급하는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했는데 실제 지원 금액은 이보다 조금 더 많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발표를 통해 "세계적 HBM 칩 생산 업체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이번 투자와 퍼듀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의 AI 하드웨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며 "인디애나주에 수백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4월 인디애나주 주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북서쪽으로 100㎞ 떨어진 웨스트라피엣을 HBM 후공정 생산 기지로 낙점하고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제조 공장 및 연구 개발(R&D) 테스트 베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HBM이 양산되는 시점은 2028년 하반기로 내다보고 있다. 웨스트라피엣에는 반도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퍼듀대 캠퍼스가 있어 인력 확보도 쉽고 인디애나 주 정부 역시 하이닉스 공장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생산 기지를 통해 AI 메모리 최대 실수요 시장인 미국에서 기술 리더십과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정부와 인디애나주, 퍼듀대를 비롯해 미국 내 파트너들과 협력해 AI 반도체 공급망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낭보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가 해외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라 보조금을 약속받았던 국내 기업들은 보조금 축소를 우려해 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인해 미국 생산기지 건설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걱정거리였다.
삼성전자 또한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투자 확대 등을 근거로 약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예비거래각서를 체결했지만 아직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도 차기 정부 출범 이전에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마치기 위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