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주배경인구는 총인구의 4.4%(2022년 기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 국가의 이주배경인구가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다민족 사회 목전에 있는 지금, 한국 사회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
손인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박사가 쓴 책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은 한국의 다문화 담론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비판을 촉구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한국은 단 한 번도 다문화주의 정책을 추진한 적 없다. 생각은 말과 글로 드러나고 정부의 기조는 정책으로 나타나는 법. 그는 한국 사회의 제도는 다문화주의가 아닌 오히려 인종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재외동포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의 영주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혈연을 제외하고 다른 문화, 민족, 인종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단순기능인력'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은 최장 4년 10개월의 체류만 가능하고, 가족 동반과 같은 정착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전문인력'은 장기체류 신청이 가능한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이런 구조에서, 내국인 개인들이 이주민을 향해 일삼는 혐오와 차별, 착취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저자는 "중국동포는 미국 사회의 흑인과 동일한 이미지로 취급받는" 한국 사회 현실을 예로 들면서 "지극히 인종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 개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족은 원래 그래" "중국인이라서" "문화가 원래 그래서"라며 집단 전체, 혹은 이들의 속성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래서 차별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이주민이 없으면 당장 건설 현장, 농·어촌 현장, 돌봄 시설은 굴러가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이주민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제도와 구조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