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발톱'이 할퀸 금융시장... 16년 만에 환율 1450원 뚫었다

입력
2024.12.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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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금리 인하 속도조절 시사하자
강달러에 환율 '심리적 저항선' 또 넘어
코스피·코스닥도 2% 가까이 동반 약세

원·달러 환율이 16년 만에 1,450원 선 위로 치솟았다. 탄핵 정국이라는 불확실성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신호가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급격히 추락했다. 양대 증시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쏟아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453원으로 출발해 내내 1,450원 부근에서 등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한 건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약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오후 3시 30분 종가 역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일 불법 계엄 사태 직후 일시적으로 1,440원을 뚫은 환율은 탄핵 정국이라는 불안감 속에서도 1,430원대를 아슬하게 유지했다. 그러나 18일(현지시간)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와 함께 다시 한번 심리적 저항선을 뚫고 뛰어올랐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동결표가 나오는 등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견조한 경제 성장세와 더뎌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추세 등을 반영해 내년도 경제 전망을 큰 폭 수정하고,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만든 표)상 정책금리 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줄였다는 점에서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연준 메시지에 달러 선호가 강해지고 금리는 급등했다. FOMC 직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2년간 최고치인 108.27까지 상승했다. 세계 장기금리의 벤치마크 격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크게 뛰어 6개월 만에 연 4.5%를 웃돌았다. 주식 시장은 실망감에 하락했다. 특히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10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면서 1974년 이후 50년 만에 최장 기간 약세를 기록했다.

미 증시 하락과 환율 급등 부담에 국내 증시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8.5포인트(1.95%) 급락한 2,435.93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 홀로 8,028억 원 사들이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4,340억 원, 5,095억 원씩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3.28%), SK하이닉스(-4.63%) 등 국내 반도체주가 특히 큰 낙폭을 보였다. 코스닥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에 전일보다 13.21포인트(1.89%) 내린 684.36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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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