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연구라고 하면 수의학이나 생태학을 떠올리게 된다. 최근에는 동물과 직접적으로 관계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인간과 비인간동물 간 관계를 활발하게 연구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인류학이다.
최명애(48)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간 상호작용 관계에 주목하고 동물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 교수는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동물에 가한 폭력의 역사는 깊다"면서도 "동물을 인간을 위한 수단이나 구원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권에서 최 교수의 활약은 두드러지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주최하는 서울동물영화제서 인류세(인류가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에서의 새로운 동물윤리의 개념을, 생명다양성재단과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주최한 리와일딩(재야생화) 포럼에서는 비무장지대(DMZ) 내 두루미 사례를 통한 국내 리와일딩 현상을 소개했다. 최근에는 동물 권리를 위한 정치 이론을 다룬 책 '주폴리스'를 감수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경향신문에서 9년간 기자로 활동하다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대에서 환경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처음부터 동물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었다. 그는 울산 장생포 고래 관광 등 생태관광을 연구했고 이는 동물을 이용한 관광 산업, 나아가 동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최 교수는 "인류학에서는 여성, 난민 등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동물로 확장돼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인간은 동물을 먹고 사랑하고 죽이고 괴롭히는 등 모순적인 행동을 하는데 이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게 인류학"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도나 해러웨이, 애나 칭 등 인류학자들이 주장하는 '한계 속에서도 뭔가 방법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동물 연구에 접목시키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자연과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연구 경향에 대해 물었더니 "소수자에게 주어지는 폭력,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비인간동물이 경험해야 하는 불평등한 대우와 고통을 의미하는 종 간 부정의(Interspecies injustice)의 역사는 깊다"며 "동물은 불쌍하거나 열등한 존재가 아닌, 우리와 다를 뿐이며 이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 교수는 요즘 인간뿐 아니라 동물, 자연 등 비인간존재의 이익을 포함하는 다종적 정의(multispecies justice) 이론에 관심이 깊다. 그는 "인류세 위기 속에 다른 종과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공생공락'(conviviality)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를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