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직전 합의 예산안에 퇴짜… 트럼프, 취임 전 ‘벼랑 끝 신경전’

입력
2024.12.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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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요구 빼고 부채 한도 늘려야”
“터무니없다” 머스크 비난 뒤 성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직전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임시 예산안에 퇴짜를 놨다. 민주당이 요구한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정부 차입 규모 상한은 높여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취임 전부터 예비 야당을 상대로 ‘벼랑 끝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셧다운? 할 테면 해 보라”

트럼프 당선자와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18일(현지시간) 오후 공동 성명을 통해 “척 슈머(민주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와 민주당이 바라는 것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 군더더기가 없는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에 거저 주는 것 없이 부채 한도 증액과 결합한 임시 예산안에 합의하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민주당이 셧다운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경우 ‘할 테면 해 보라’고 하라”고 공화당에 당부하기도 했다.

전날 민주·공화 양당의 지도부는 내년 3월 14일이 기한인 추가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다. 기존 임시 예산안은 20일 시한이 만료된다. 그 전까지 새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지출 가능한 예산이 없는 정부는 셧다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재해 지원 예산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등이 추가되며 전년도 예산 규모를 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보수파가 반대하는 의원 급여 인상분도 포함됐다”고 짚었다. 연말 의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서둘러 처리되게 마련인 임시 예산안에는 예산과 무관한 법안들도 패키지로 묶이기 십상인데,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크리스마스트리와 비슷해 ‘크리스마스트리 법안’으로 불린다.

샌드위치 신세 된 하원의장

트럼프 당선자의 성명은 차기 정부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난 뒤에 나왔다. 머스크는 이날 오전 엑스(X)에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은 2년 안에 퇴출돼야 마땅하다”고 썼다. 정부 비용 절감이 DOGE의 핵심 임무이며, 머스크는 ‘트럼프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민주당과의 협상을 주도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샌드위치 신세다.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공화) 당시 하원의장이 2025년 1월 1일까지 적용 유예를 조건으로 합의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성명에서 “민주당이 우리 정부 때인 (내년) 6월 부채 문제에 협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장 증액에 타결하라는 뜻이다.

존슨 의장을 압박하는 것은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X에 글을 올려 “하원 공화당원들은 정부를 셧다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초당적 합의를 깨면 후과도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0월 매카시 전 의장이 공화당 내 강경파 반란으로 쫓겨난 계기가 바로 셧다운 사태를 피하기 위해 민주당과 손잡고 예산안을 처리한 일이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