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끄는 반군 수장이 서방에 연일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시리아·러시아 간 군사협력 관계를 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미국·유럽연합(EU)에 '구애'를 하는 제스처도 잇따라 내놓았다. 시리아에 대한 장악력을 잃어가고 있는 러시아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와의 협력 확대를 통해 '대(對)중동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시리아 반군 수장인 아메드 알샤라(옛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겨냥했던 제재는 해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반군 공세로 실각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자신은 다르다고도 주장했다. 알아사드 정권이 자행했던 자국민 탄압의 '피해자'라는 뜻이었다.
따라서 미국·EU의 대(對)시리아 정책 기조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알샤라의 인터뷰 요지다. 그는 "피해자와 압제자가 같은 방식으로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재 해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알샤라의 제1 과제는 '이슬람 극단주의 이미지 탈피'다. 알샤라 본인이 과거 극단주의 연계를 이유로 미국 정부에서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만큼, 온건 성향을 입증해야만 서방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알샤라는 이날 인터뷰에서 "반군 통치 지역 대학의 여성 비율은 60%를 넘는다"며 음주 허용 여부도 법률자문위원회의 제헌 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성평등·법치주의 등 서방의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알샤라가 서방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6일에도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 언론 기자 9명과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포용적 정부 실현을 위한 정책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NYT는 "시리아 전역에 '화해 센터'가 개설되기 시작했으며, 알아사드 정권 병사들이 무기를 반납하고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알아사드 정권의 '일반 징집병'을 사면하겠다는 과도정부 방침에 따라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다만 자국민 탄압을 지휘했던 고위 간부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국 각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사적 보복'에 대한 억제에도 착수했다. 반군 주축 세력인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조직원들이 알아사드 정권 부역자를 겨냥한 폭력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아사드에 대한) 반감이 워낙 거세, (폭력 행위) 저지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알아사드 정권의 뒷배'였던 러시아는 시리아 내 첨단 무기를 빼내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WSJ는 "러시아가 최근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400 등 방공 장비를 시리아에서 리비아로 이전시켰다"고 이날 보도했다. 시리아 주둔 병력과 군 항공기, 무기도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알샤라 과도정부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청산하라'는 서방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러시아는 리비아와의 협력을 늘려 '시리아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발발 이래 동부를 장악 중인 칼리파 하프타르 군벌에 군사력을 지원하고 있다. 그 대가로 리비아는 러시아의 '아프리카 내 군사적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방공망 지원 강화를 계기로 군사 시설 확대를 요구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