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19일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이 교전 과정에서 최소 100명이 사망하고 1,0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 지원에 나선 북한군을 ‘총알받이’ ‘짐덩이’ 취급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파병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1만1,000여 명의 북한군 일부가 12월 들어서 실제 전선에 투입됐다”며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과정에서 최소 사망자 100명, 부상자 1,000명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사망자 규모는 우크라이나와 우방국 정보를 모아 ‘보수적’으로 분석한 수치라면서, 실제 사상자는 훨씬 많을 가능성을 열어놨다.
쿠르스크 일대가 평원·개활지라서 북한군이 러시아군 대신 ‘총알받이’로 희생될 것이란 전문가 예측이 현실화한 것이다. 국정원은 “적은 교전 횟수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배경에는 개활지라는 낯선 전장 환경에서 북한군이 전선 돌격대 역할로 소모되고 있다는 것과,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 부족에 있다”라며 “러시아군 내에서도 북한군이 드론에 대해 무지해서 오히려 짐이 된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과 드론 공격으로 인해 훈련 중인 북한군 ‘장성급’ 사망자가 발생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그럼에도 북한은 추가 파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폭풍군단 내에서 추가 병력 차출설이 돌고, 김 위원장의 훈련 참가 준비 정황도 포착됐다고 한다. 국정원은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추가 파병 시 러시아가 북한에 재래식 무기 현대화 등 반대급부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폭풍군단 10개 여단 소속 병력 4만6,000명 중 1만1,000명이 파병된 상황이어서 추가로 파병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고 국정원은 평가했다. 이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 상황에 북한은 ‘로우키’(절제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우리를 향한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라며 “북한군은 전방 지역인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한반도 정세 급변에 로우키를 유지하는 상황”이라면서 “12월 11·12·16일 세 번 정도에 걸쳐 북한의 관영매체인 노동신문과 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만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치 혼란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언급하지 않거나,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이 북한 주민에 알려지면 체제 관리 부담이 발생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 비상계엄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