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사태 당시 국회로 병력을 출동시킨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4명이 들어가 한 명씩은 데리고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지시를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체포 방법까지 지시한 것으로, 이번 계엄의 목적이 국회 기능 정지라는 걸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최근 이 전 사령관을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1경비단 35특수임무대대와 군사경찰단 등 200여 명을 국회에 투입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 "국회 현장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두 차례 통화에선 국회에 들어가 '끌어내라'는 취지의 명령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은 "4명이 들어가 한 명씩은 데리고 나올 수 있지 않으냐"고 지시했으며, 계엄 해제 표결이 임박하자 다시 전화해 "그것도 못 데리고 나오냐"며 질책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연이은 지시에 "얼떨결에 '네'라고 답했다"면서도 애초 본인의 임무는 주요시설 방어라서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이후 부하에게 지시 이행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진입도 힘든데 못 하겠다"는 답이 와서 같은 명령을 다시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수방사 병력 200여 명 중 40여 명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지만, 국회의사당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해 윤 대통령 명령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 전 사령관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되자 (윤 대통령의) 해제 선포 전인데도 자발적으로 병력을 철수시켰다"는 입장이다.
이 전 사령관은 김병주·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대화 등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수차례 전화로 현장 상황을 물어 '병력 이동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현장 시민들이 다칠까 우려돼 부하들에게 총기 없이 진입하라고 명령한 것에 대해선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해 "오케이 굿"이란 답을 받았다고 했다.
'국회 무력화' 지시는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쟁점으로, 윤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적극 반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 구성에 관여하는 석동현 변호사는 19일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법률가다. '체포해라' '끌어내라' 그런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10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가 가능한)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형법에선 내란죄 구성요소인 '국헌문란'을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 재판에서 "기관을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고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