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병원 교수들이 내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 차) 선발 지원자들에게 "지원 철회"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보건복지부가 경고성 공문을 보내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12·3 불법계엄 사태' 여파로 일시 지연됐던 의료개혁에도 재시동을 건다. 완성 단계인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을 계속 추진하고 1, 2차 병원 혁신안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일부 수련병원에서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지원자에게 지원 철회를 안내했다는 민원이 제기되는 등 의료현장에서 전공의 지원 의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모든 지원자가 균등한 선발 기회를 제공받고 부당한 사유로 불합격하는 사례가 없도록 모집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국 200여 개 수련병원들은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 나섰지만, 지난 9일 지원서 마감 결과 총 지원자는 정원 3,594명 대비 8.7%인 314명에 그쳤다. 서울대병원 22개 진료과 과장들은 전공의 면접을 하루 앞둔 16일 정부에 전공의 선발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다음 달에 진행되는 인턴 모집과 레지던트 2~4년 차 모집에서도 비슷한 반발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도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 장관은 "국민 건강·생명에 직결된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이미 발표한 대책들은 착실히 추진하되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안·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실행방안이 거의 완성돼 공청회만 남겨두고 있었고 의료계도 정책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만큼 국정이 안정되면 다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중등증 이하 필수의료를 담당할 2차 병원과 전문병원 육성, 만성질환 및 통합적 건강 관리를 위한 1차 의료 혁신 방안 논의도 지속하기로 했다. 10월부터 시행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맞물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조 장관은 "이달 말 지역 2차 병원 활성화 정책 토론회를 시작으로 개혁 과제들에 대한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고 추후 의료개혁 특위 논의로 이어가겠다"며 "의료계도 지역·필수의료 현장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논의에 다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복지부는 또 겨울철 응급실 내원 환자 증가에 대비해 지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 9곳을 중증응급환자 진료 중심 거점지역응급의료센터로 추가 지정했다. 9월에 1차 지정된 14곳을 포함하면 총 23곳이 된다. 거점지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진료 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준하는 수가를 산정받을 수 있다. 또 응급실 과밀화를 막고자 경증환자 중심 '발열 클리닉'도 이달 중에 100여 곳을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