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기요금, 유류비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본보는 고에너지 비용 시대를 맞아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농업 분야에서 에너지 비용 절감효과를 거둔 농가 사례를 소개한다.
경기 화성시에서 2,743㎡(830평) 규모의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귀농 5년 차 농부인 김호원 대표(48)는 최근 하우스 토마토 재배를 위해 모종을 정식하고 묘목 키우기에 매진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올겨울 난방비 고민만은 한시름 덜었다. 지난해 가을 기존 등유보일러에서 전기보일러로 교체하면서 난방비를 30%가량 낮춘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활용하는 시설 재배 농가에서는 겨울철 에너지 비용이 만만치 않은 편이다. 특히 최근 2~3년간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라 농가의 어려움이 컸다. 농약, 비료에 수정용 벌까지 농업 필수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반적인 생산비 부담이 높아지자 김 대표는 고정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난방시설을 손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정비 감축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직전연도의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하우스 난방비가 1,500만 원에 달했다면 보일러 교체 후인 지난해 같은 기간 1,00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 보일러 교체에 들어간 비용은 1,000만 원대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원예농업 난방시설 지원 사업을 통해 전체 비용의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 사업은 고정식 재배온실 및 버섯재배시설 면적 330㎡ 이상 농가를 대상으로 전기난방시설, 자가용 태양광 등 열효율 80%를 넘는 시설에 대해 교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거주지의 지방자치단체 농업정책과 또는 읍·면 행정복지센터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농사를 시작한 이후 매년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커져 보일러 설비를 바꾸기로 결심했다”며 “등유 대비 전기보일러가 난방비가 적게 들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40여 년간 호접란을 재배해 온 박정근 대표(62)도 최근 온실에 사용하는 냉·난방설비 일부를 전기 기반 시스템으로 바꿨다. 호접란 재배를 위해서는 평균 21~25℃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사계절 내내 냉·난방설비를 활용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냉·난방비에 대한 고민도 늘었다. 박 대표는 “혹서기와 혹한기가 과거 대비 길어지면서 냉·난방기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석유, 석탄 에너지원 대비 저렴하고 효율이 높은 전기 에너지로 교체하게 됐다”고 말했다.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장현석 대표(51) 또한 지난해 10월 난방설비를 등유보일러에서 전기보일러로 교체한 사례다. 겨울 초입인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봄까지 제철을 맞는 딸기 농사의 경우 전체 생산비용의 30%가량을 난방비가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난방비 관련 고민 끝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시설 교체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등유보일러 사용 시 연간 1,000만 원이 넘었던 이곳 딸기 농장의 난방비는 올해 연간 500만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소개한 이들 농장 모두 시설원예농업 난방시설 지원사업을 활용해 냉·난방시설 교체비용의 50%를 보조받은 사례다.
난방비 고민을 덜어낸 장 대표는 현재 본격적인 딸기철을 맞아 막바지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난방 설비비용의 100%를 부담해야 했더라도 고민 없이 교체했을 것”이라며 “정부 사업을 통해 절반이나 교체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성시 농업정책과 이지은 주무관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에너지 절약 지원사업이 많다” 며 “고에너지 비용 시대에 효율도 높고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드는 농법 및 설비 교체 사업에 많은 농민이 관심을 더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제작 지원 : 2024년 FTA 교육홍보지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