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9일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6개 쟁점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권한대행이 의결하고, 곧 스스로 재가하는 형식을 갖춰 '한덕수 대행 체제'의 첫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 될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전 총리에 이어 두 번째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거부권 행사 배경을 밝혔다.
재의요구 대상은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과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다.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로, 정부와 여당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에서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택이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거부권을 행사하기까지 많은 고심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다만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정부가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국회와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드리고 한다"고 덧붙이며 거부권 행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6개 쟁점법안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논쟁이 첨예했던 양곡관리법에 대해 "고질적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고, 정부의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쌀 외의 주요 농산물에도 최저가격 보장제를 적용하는 농수산물 가격안정법에 대해서도 "양곡법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부연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을 향해서는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고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회법에 대해서도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고,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가 재의 요구하는 법안들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