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학교폭력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서울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세 명에게 내린 '조치 없음' 처분이 위법하다고 최근 판결했다. 가해학생들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교육지원청 처분을 뒤집고 피해학생 손을 들어준 것이다.
A(18)군은 지난해 5월 같은 학교 동급생 야구부원 3명에게 구타와 반인륜적 발언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가해학생 B군은 A군을 향해 "에미 없는 XXX야"라고 폭언했고, C군은 A군 부모 직업을 물으며 "노래방 도우미냐"라고 모욕했다. D군은 A군의 허리를 때리기도 했다. B군은 유명 프로야구단 단장의 아들이다.
A군 학부모의 문제 제기로 학교 측은 지난해 6월 운영위원회를 열어 부실한 관리·감독을 이유로 야구부 감독에 대해 정직 3개월 중징계를 의결했다. 그러나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학폭심의위에서 가해학생 3명 모두의 학교폭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조치 없음' 처분을 내렸다. ①야구부는 개인 종목과 달리 소속 학생들 간 더 많은 교류가 요구되고, 이로 인해 생활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②피해자는 증거 자료로 약 10일간 녹취를 제출했는데 상시 녹음을 하게 된다면어떤 형태든 학생들 사이에 부적절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아울러 ③녹음을 한 A군에 의해 의도적으로 연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형태의 증거가 허용된다면 학생들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피해학생 측은 교육지원청 처분에 반발해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손 판사는 가해자의 언행 및 행동을 살펴보면 야구와 직접 관계없이 욕설 및 외모 비하 발언을 하고, A군의 부모를 조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운동선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선수 간 상호 배려와 신중한 행동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크다고 봤다. 또 피해 학생이 녹취를 연출한 것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고, 외부인 접근이 쉽지 않고 제한된 공간과 인원 속에서 법익을 방어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손 판사는 이 같은 판단에 근거해 가해학생들의 행위 중 일부는 명백히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결을 두고 가해학생들에게 면죄부를 준 교육 당국 처분을 법원이 사실상 질타한 것이란 다름없단 분석이 나온다.
교육지원청은 항소 포기 뜻을 밝혔지만 가해학생 세 명은 즉각 항소했다. 행정소송과 별개로 피해학생 측은 가해학생들을 경찰에 형사고소했고, C군과 D군은 폭행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B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검찰에 넘겨지지 않았다. 피해학생 측은 이번 판결을 토대로 B군에 대한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