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보행 신호를 위반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알고 봤더니 로봇 운영사의 원격 조종 과정에서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다.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과 운영사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8시 40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바퀴 4개가 달린 배달 로봇과 횡단보도 위에서 부딪쳤다. A씨는 횡단보도를 지나 우회전하려던 상황이었는데, 로봇이 그대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차량 오른쪽 면을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보행 신호는 '빨간불'이었다.
사고 이후 A씨가 로봇 운영사에 연락해 무단횡단 원인을 확인했더니, 업체 직원의 실수로 밝혀졌다. 자율주행 로봇에는 3개의 카메라가 부착돼 있고, 이를 통해 보행 신호 등을 인식해 주행하는데 사고 당시에는 로봇이 자체적으로 신호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업체 관제센터 직원이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다가 차량과 사고를 낸 것이었다.
A씨는 사고 보상 문제를 업체와 상의하다 분통이 터졌다. 그는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에서 "(업체가) '자율주행 로봇은 보행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운전자 과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 차량은 이 사고로 전조등과 펜더(휠하우스), 차량의 앞·뒤 좌석 문짝이 긁히는 등 손해를 입었다. A씨는 "사고 직후 (업체가) 로봇을 조종하는 과정에서 차량 우측면을 한 번 더 긁었다"라고도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자율주행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 이 법 제2조에 따르면 '보행자'는 사람뿐만 아니라 '실외이동로봇'을 포함한다. 자율주행 로봇이 보도와 횡단보도를 통행할 수 있는 근거다. 다만 A씨 차량과 사고 난 로봇의 사진을 보면 높이가 성인 허리보다도 낮다. 이런 이유로 SUV 운전석에 있던 A씨가 해당 로봇을 발견하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A씨와 로봇 운영사는 보상 문제에 관해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사고 상황을 전한 커뮤니티 게시글도 현재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