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수사본부(공조본, 경찰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 조사본부)가 '12·3 불법계엄' 사태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조지호 경찰청장의 비화폰 서버 확보를 위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끝내 불발됐다. 사실상 수사 방해나 다름없는 연이은 강제 수사 거부에 공조본 고민이 깊어졌다. 비상계엄에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담화조차 이행하지 않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공조본은 18일 "오후 4시 50분쯤 대통령 경호처로부터 '군사상 기밀, 공무상 등의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에 협조할 수 없다'는 사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공조본은 전날 서버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경내 진입을 막아 정문에서 7시간가량 대치하다 돌아갔다. 이후 이날 임의제출 형태로라도 서버를 받으려 했는데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앞서 지난 11일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을 때도 경호처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며 협조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엔 경호처에서 일부 자료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수사팀에 건넸다.
비화폰 통화내역은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증거다. 조 청장은 특수단 수사에서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6차례 전화해 국회의원을 잡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특수단은 앞서 경찰청장 집무실에서 조 청장 비화폰을 압수해 서버 위치를 추적했다. 대통령 경호처가 서버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전날 통화내역 확보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이다. 아직 압수수색 영장 집행 기간이 남아있어 증거 확보가 완전히 무산된 건 아니다. 공조본은 방법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사례에서 보듯 경호처 협조가 없으면 실제 영장 집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조본은 계엄 사전 기획 의혹을 받는 전·현직 정보사령관의 신병은 확보했다. 공수처는 이날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내란 등 혐의로 체포했다. 문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2분 만에 경기 과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로 병력을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보사 병력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로 진입, 행정시스템 서버와 보안시스템 서버를 촬영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내란실행 혐의를 받는 노 전 사령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최측근으로, 계엄 준비 과정에서 '비선'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구속영장에는 요인 암살 등에 투입되는 'HID부대' 운용 관련 혐의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단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이틀 전 경기 안산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과 정보사 소속 대령 2명을 만나 계엄 관련 사전 논의를 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 "부정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