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10여 차례 전화해 국회 투입을 재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계엄 사태의 주동자로 지목된 김 전 장관이 계엄군의 국회 투입 등 후속 작전을 적극적으로 진두지휘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곽 전 사령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용현 전 장관이 계엄 당일 예하 부대를 국회에 투입한 나에게 최소 10차례 이상 전화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김 전 장관은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 투입 명령을 내렸는데, 국회 진입 및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비상계엄 해제안'이 의결될 것으로 보이자 몰아치듯 전화해 재촉했다는 것이다. 다급해진 곽 전 사령관은 707 특수임무단장 등 현장 지휘관들에게 "나 지금 죽겠다. 빨리 상황 좀 봐라"며 김 전 장관 지시를 전달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도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사령관이) 저에게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윤 대통령도 곽 전 사령관에게 직접 세 차례 전화한 사실이 알려졌다. 곽 전 사령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뒤 첫 번째 통화에선 위치를 물었고, 두 번째 통화에서는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번의 전화는 받지 못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주문대로 예하 부대에 국회 진입 지시를 내렸지만, 현장 지휘관들이 "못 들어간다. 안 된다"고 답하자 "그럼 현 상태를 유지하라"며 진입을 중단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6일 곽 전 사령관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