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우선순위 외교 과제에 북핵문제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그는 대응 로드맵 및 구상을 다듬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부-기재부 합동 외신 간담회'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리처드 그리넬을 '특별임무대사'로 임명한 것 자체가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 과제에서 빼놓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취임 후 북한 문제를 엄중히(serious) 다루겠다는 걸 가리키는(indicate)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로드맵과 구상을 다듬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트럼프 당선자가 북핵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큰 만큼, 우리가 더 주도적(proactive)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우리가 그간 북한과 협상을 거부한 게 아니라 북한이 일체의 대화·협상을 거부해서 소통이 단절됐던 것"이라며 "앞으로 핵문제를 포함해 북핵문제 협상의 기회가 열린다면 그 모든 기회에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14일(현지시간) 대북 업무를 포함하는 ‘특별 임무’ 담당 특사에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지명했다. 그리넬 특사는 트럼프 1기 때 독일대사와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 코소보-세르비아 협상 대통령 특사를 지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제재 및 북한 관련 사안을 다룬 경험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 외교 기조를 추구해온 그는 트럼프 당선자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적극 지지해왔다. 그는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는 등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고수할 때도 "외교 근육을 움직여야 한다"(Diplomacy with Muscle Take Hold)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장관은 '12·3 불법계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도 큰 충격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며 "저 역시 개인적으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어두웠던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시민의식이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굳게 자리 잡고 있었기에 민주주의의 복원력이 발휘될 수 있었다"며 "헌법에 따른 민주주의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며 안정적 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외교 기조가 지속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국내외에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하에서도 우리의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기존의 외교정책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사업에도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이번 사태가 60주년 행사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간 주춤할 수 있었던 준비작업에 더 박차를 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문제는 이런 우리 국내 상황을 일본이 너무 심각하게(serious) 받아들여 60주년을 기념하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만드는 데에 좀 주춤할까 봐 오히려 우리가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