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못 가요~계약 미루고 공장 중단까지"...계엄 후폭풍에 수출 중기 넷 중 하나 흔들
12·3 불법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여파가 수출 중소기업에도 미치고 있다. 대외 신뢰도가 흔들리며 계약이 줄줄이 밀리고 환율 급등으로 중소기업 넷 중 하나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 현장에서는 빠르게 떨어진 국가 대외 신인도를 되찾고 환율을 안정시킬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9일 수출 중소기업 513곳(제조업 463곳, 비제조업 50곳)을 대상으로 10~13일 진행한 수출 중소기업 긴급 현황조사 결과, 국내 정치 상황 불확실성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곳은 26.3%였다. 주된 이유는 △계약 지연·감소·취소(47.4%) △해외 바이어 문의 전화 증가(23.7%) △수·발주 지연·감소·취소(23%) △고환율로 인한 문제 발생(22.2%) 등이었다. 아직 피해는 없으나 앞으로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63.5%나 됐다. 국내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 기업들이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진행 중이던 계약을 취소하기까지 했다. 서울의 제조업체 B사는 "중국 시장이 문을 조금씩 여는 듯해 최근 좋은 분위기 속에 (현지 업체와) 비즈니스 미팅을 했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면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협업을 이어 나갔는데 계엄 이후 연락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충북 청주시의 제조회사 C사는 "계약 당시 약속한 선지급 주기를 꺼려하는 곳도 있다"며 "회사 경영 전체가 나빠질 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국이 위험하다'는 판단에 예정된 출장을 취소하거나 제품의 공급 가능 여부를 묻는 경우도 많았다. 비제조업 분야의 수도권 기업 D사 관계자는 "바이어가 12월 중 한국에 오려다가 (계엄 사태를 이유로) 취소했다"며 "계획이 틀어져 협력 업체에 위약금까지 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더 큰 문제는 다른 바이어들로부터도 전화가 계속 오는 등 추가 손실이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건설 중장비 부품을 만드는 업체 E사도 "알제리, 오만에서 바이어가 납품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려는 전화가 계속 걸려 온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자재·설비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1,300원대 후반이던 환율이 계엄 이후 1,400원대로 급등해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었다. F사는 "하루 새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대 업체가 단가를 낮추려고 하는 중"이라고 했고, G업체는 "해외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데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값이 올라 지출이 커졌다"며 울상을 했다. 중소기업들은 뾰족한 해법이 없어 답답해했다.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정책(복수응답)도 △국가 대외 신인도 회복 방안 마련(74.7%) △환율 안정화 정책 마련(55.2%) △해외 판로 확대 지원·주요 원자재 수입 관세 인하(각 34.9%)로 조사됐다. 즉 지금의 혼돈을 하루빨리 잠재워달라는 민심이 빗발치는 것이다. 이에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 정부, 중소기업계가 힘을 모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