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우로 범람한 대구 동촌유원지에 홍수방어벽 설치가 가시화하고 있다. 금호강 유역에서 유일하게 홍수 방어용 제방이 없는 동촌유원지는 조망권을 중시하는 상인들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해 제방과 가동식 홍수방어벽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동촌유원지 해맞이공원~망우당공원 직전 상가 1.2㎞ 구간에 높이 1.2m의 제방을 쌓고 그 위에 3m의 가변식 홍수방어벽 등 총 4.2m의 제방과 홍수방어벽을 구축할 계획이다.
낙동강환경청은 소요 예산이 5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기획재정부에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 설치안이 통과되면 내년말까지 설계를 마치고 2029년에는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청 측은 "당초 기본 제방 2m를 쌓고 그 위에 가동식 홍수방어벽을 설치하려 했으나 동촌유원지 조망권 확보 차원에서 제방 높이를 1.2m로 쌓고 그 위에 3m 높이의 홍수방어벽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천공사가 3~5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동식 홍수방어벽은 평소에는 폭 3m의 도로 형태로 이용되다 홍수시에는 세워지는 '전도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아래 위 수직으로 움직이는 '기립식' 홍수방어벽은 10, 20m 단위로 기둥이 필요해 조망에 걸림돌이 되지만 '전도식'은 평상시에는 인도로 활용되고 동촌유원지의 전망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홍수방어벽은 저층 상권의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설치에 반대하거나 높이를 낮춰달라는 민원 때문에 사업 추진이 더뎠다. 환경청은 지난해 6, 12월 주민설명회를 통해 가동식 홍수방어벽 설치에 대한 합의를 봤다.
그렇지만 지난 7월에는 폭우로 금호강이 범람하면서 동촌유원지 주변 상점 12곳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침수 피해를 입은 한 음식점 주인은 "평소 금호강 수위와는 사람 키높이 이상으로 차이가 있어 안심했는데 올 여름 폭우로 물이 가게의 발목 이상 차올라 깜짝 놀랐다"며 "보상은 받았지만 홍수방어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금호강에서 30m 정도 떨어진 한 한우가게도 "강에서 한참 먼 거리에 있는데도 강물이 불어나 주차장의 차들이 일부 잠겼다"고 아찔한 순간을 전했다.
저지대의 한 상인은 "금호강물이 넘치고 인근 하수구에서도 물이 역류해 피해를 키웠다"며 "평소에는 비가 많이 오면 강 수위를 확인하는데, 갑자기 물이 불어나 대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동구 관계자는 "동촌유원지 일대는 평소 상인들과 시민들의 조망권을 확보하다 폭우시에만 홍수방어벽을 세우는 방안이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며 "기재부와 환경부를 거쳐 빨리 공사가 시작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