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부 심리를 앞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제 “행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적 헌법기구로서의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은 (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를 신중하고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대통령 궐위 시에는 임명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가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국회 선출 절차를 연내 마무리해도 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말라는 뜻이다.
권 원내대표 주장은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윤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헌법에 따라 한 권한대행이 넘겨받았고, 여기엔 헌법기관 구성권과 공무원 임면권이 포함된다. 국회와 대법원장이 3명씩 추천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 절차여서 권한행사 범위를 넘는다고 보기 어렵다.
권 원내대표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의 탄핵안 최종 인용 이후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는 예를 들었으나, 탄핵 전에는 안 되고 후에는 된다고 해석할 법적 근거는 없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도 "탄핵안 가결은 대통령의 '사고' 상태"라고 규정하면서 한 권한대행의 임명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검사 출신에 5선 국회의원인 권 원내대표가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지금의 6인 체제에서 윤 대통령의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현 체제에선 헌법재판관 6명 전원이 찬성해야 파면 결정이 난다.
헌재 구성을 두고 이 같은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는 데는 지난 10월 헌법재판관 3명 퇴임 이후 의도적으로 후임 인선을 지연시킨 민주당 책임이 크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대통령 파면 여부라는 중차대한 안건을 헌재가 정상적 체제에서 심리하고 결정할 여건을 갖추는 일이다. 그래야 헌재의 탄핵 심판의 적법성과 정당성이 확보되고, 국민 다수가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다. 진영 갈등과 결정 불복 사태 등 정치·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