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기일을 27일로 지정하면서 향후 재판 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비교해 쟁점은 간단하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변론기일에 출석하겠다고 밝히는 등 치열한 법적 다툼을 예고해 선고시점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헌재 심판 절차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다만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우선 준용하기 때문에 쟁점을 정리하고 증인·증거 채택 여부를 논하는 준비기일을 연 뒤, 소추 사유를 본격적으로 다투는 변론기일을 연다. 다만 공판에 피고인이 반드시 나와야 하는 형사재판과 달리, 헌재 사건은 1회 변론기일에만 출석 의무가 있고, 불출석해도 이후에는 대리인이 변론할 수 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때는 총 세 차례 준비절차를 위한 기일이 열렸다. 12월 22일 열린 첫 기일에선 수명 법관 세 명이 소추의결서에 명시된 13개 탄핵 사유를 5가지 유형으로 압축해 논의하자고 제시하고,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행적을 소명해달라고 변호인 측에 주문하면서 40분 만에 마무리됐다.
대통령 본인에 대한 출석 여부 확인은 2차 준비기일에서 이뤄졌다. 국회 측 요구에도 대통령 측이 "법률적으로 출석 없는 진행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3차 준비기일은 헌재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양측에 협조를 당부하며 끝났다.
소추의결서 접수 25일째에 열린 첫 변론은 대통령 불출석으로 결국 9분 만에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직접 법정에 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첫 기일부터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심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헌재가 곧바로 증인신문을 시작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첫 증인인 윤전추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2차 기일에 출석했다.
헌재는 일주일에 두 차례씩 변론기일을 열었다. 주요 증인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등이 자신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잇따라 불출석하자, 특별기일을 잡고 주3회 재판을 열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휘하 사령관들이 수사와 재판 대응을 이유로 증언을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17차 변론기일에 마무리됐다. 증인 25명이 법정에 섰고, 기록은 6만5,000여 쪽에 달했다. 결정 요지 낭독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유사하게 21분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선 증인신문이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 만큼, 윤 대통령의 경우에도 증인 규모가 선고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쟁점 자체는 박 전 대통령 때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군경 관련자들이 얽혀있고 심리 도중에도 추가로 증인을 신청할 수 있어 선고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