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으로 종전, 관세로 부유하게”… 트럼프, 당선 뒤 첫 기자회견

입력
2024.12.17 16:01
손정의 143조 원 대미 투자 발표 자리
“우크라전, 2차 대전 이래 최악 대학살”
“그들이 세금 물리면 우리도 마찬가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협상을 유도해 교착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관세를 활용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집권 2기 청사진을 밝혔다. 지난달 당선 뒤 첫 기자회견에서다.

안갯속 평화 구상

트럼프 당선자는 16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취재진을 만나 1시간 넘게 외교·경제정책 및 국내외 현안 관련 질문에 대답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1,000억 달러(약 143조6,000억 원) 대미 투자 계획 발표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11·5 대선 승리 이후 첫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당선자의 외교상 급선무는 우크라이나에서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소모전의 종결이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대학살”이라며 종전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인명 피해는 양측이 공개한 것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게 트럼프 당선자 주장이다. 그는 “(전장은) 매우 평평한 들판이고 총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몸밖에 없다”며 “양측에서 숨진 군인은 천문학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의 구상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음 달 취임 첫날 전쟁을 종식시킨다는 게 그의 선언이었지만, 아직 의미 있는 평화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게 미국 CNN방송 지적이다. 이날도 그는 “조금씩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겠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사건 선후 혼동

사실관계도 틀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0월 기준 러시아,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수는 각각 15만 명, 4만3,000명 정도다. 유엔이 집계한 민간인 사망자 수는 1만1,700명가량이다. 막대한 규모지만 1998년 이후 수십 년간 교전에서 600만여 명이 숨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내전이나 1950년부터 3년간 약 300만 명이 희생된 한국전쟁 등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NYT는 짚었다.

이날 트럼프 당선자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타격용으로 쓸 수 있도록 승인한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 안쪽으로 200마일(약 320㎞)까지 미사일을 쏘게 허용해서는 안 됐다. 그게 북한 군인을 불러들였다”고 그는 불평했다. 또 “내가 정권을 넘겨받기 불과 몇 주 전에 그러면 안 됐다. 왜 내 의견도 묻지 않고 그런 짓을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는 선후 혼동이라는 게 백악관 반박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그것(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 허락)은 푸틴이 북한군을 쓰기로 한 데 대한 대응이자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출근 안 하면 해고”

경제정책 화두는 관세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그들(다른 나라)이 우리에게 세금(관세)을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세금을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주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관세 활용 협상이나 투자 유치에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가 모든 카드를 갖고 있다. 관세가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거나 “(손 회장 말고도) 많은 이들이 엄청난 돈을 갖고 오고 있다”는 언급을 통해서다.

이외에 그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해고될 것”이라며 재택근무를 허용한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고, “의무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백신 의무 접종 정책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적이거나 어리석은 이유로 누군가(각료 지명자)를 반대한다면 당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도전받게 될 것”이라며 인준권이 있는 공화당 상원의원을 우회 협박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