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 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사회적 혼란이 일자리 창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국책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청년·소상공인 등 고용 취약계층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각종 대외 변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내 고용 상황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17일 한국노동연구원은 '탄핵 정국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연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 명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엄으로 인한 탄핵 정국이 당장 1, 2개월 사이 고용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적지만 정치 혼란이 길어지면 위협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산업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이 예측되는 상황인데, 정치적 혼란으로 국가와 기업의 국제 신뢰도까지 떨어질 경우 고용의 양과 질 모두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노동연구원은 2025년 연간 취업자 수를 2,871만8,000명으로 예측, 올해(2,859만8,000명)보다 약 12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탄핵 정국 여파로 실제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다면 신규 취업자가 17%가량 감소하는 셈이다.
노동연구원은 현재 경제·고용 상황을 1980년 계엄 정국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당시 한국은 1979년 발생한 2차 오일쇼크 등 대외적 악재와 국내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노동시장까지 얼어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취업자 증가폭은 8만1,000명으로 전년 19만 명 대비 약 11만 명 감소했는데 고용안정성이 낮은 일용직 근로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탄핵 정국 속 한국 경제도 미국 보호주의 강화와 중국의 경기 불안, 지정학적 갈등 등 대외 위협 요인이 다수 축적됐고 국내 정치 상황까지 혼란스럽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동연구원은 "탄핵 정국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정치가 키우지 말아야 한다"며 "국회를 중심으로 경제안정과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확장적 재정 정책을 통한 완충 여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