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남 구례군에 마련 중인 사육곰 보호시설(생크추어리)이 최근 준공됐다. 실제 사육곰이 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시기는 내년 6월 이후에나 될 전망인데, 사육곰 매입 비용을 두고 시민단체와 농가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시설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시민단체, 사육곰 농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열고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 운영계획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는 보호시설의 준공 소식과 함께 시설 점검 및 인력 충원 계획 등이 논의됐다. 위탁 운영은 국립공원공단이 맡게 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2026년 1월부터 곰 사육과 웅담 거래가 전면 금지된 데 따른 것이다. 또 내년 1월부터는 사육곰 안락사 시 수의사를 동반해야 하는 것으로 안락사 기준도 까다로워진다.
올해 9월 말 기준 사육곰은 18개 농가에 277마리가 남아 있다.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은 2만8,208㎡ 부지에 사무동, 사육사, 검역동, 야외 방사장 등 4개 시설이 지어지며 30실에 49마리를 수용할 예정이다. 문제원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시설 준공은 됐지만 인력과 의료장비 등을 확보하는 일이 남았다"며 "서두르지 않고 철저히 준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환경부가 농가 기증 등으로 확보한 곰 15마리가 먼저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과장은 "내년 상반기 최소 1, 2마리씩이라도 보내 테스트를 해보며 운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은 과제는 사육곰 매입에 드는 비용이다. 곰 매입과 이송을 위해 필요한 비용 지불 주체를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 간 논란이 있었지만 2022년 발표한 '곰 사육 종식 이행계획'에 따라 매입 비용은 시민단체가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농가가 원하는 가격 차이가 커 협상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주들은 마리당 최소 1,500만 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사육곰 사업이 사양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동물 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이 높아진 만큼 농가가 전향적으로 나서주길 호소하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사육곰의 대부분은 반달가슴곰으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라며 "모금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 매입 비용에 수많은 시민의 간절한 마음이 담기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사육곰 산업이 동물 복지 측면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며 "농가의 출구전략을 시민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구례군과 별도로 충남 서천군에도 70~8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사육곰 보호시설을 짓고 있다. 서천군 시설이 완공되고 노화로 인해 죽는 수를 고려한다고 해도 최소 100여 마리가 보호시설에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