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 없어 매년 최저임금" 재외동포청, 공무직 무기한 파업 돌입

입력
2024.12.16 16:46
'몇 안 되는' 여야 합의로 지난해 조직 탄생
기본급·성과급 기준 임금체계 마련 촉구

재외동포청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지난해 6월 설립된 재외동포청은 해외에서 체류하는 750만 재외동포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진 몇 안 되는 정부 조직 개편 성과로 꼽힌다. 외교부 산하 기관으로 외교부 외무공무원 등이 근무하는데 일반 사무와 민원 상담, 운전, 비서 등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직 직원들은 급여 기준이 다르다. 공무직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선 만큼 업무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6일 재외동포청 공무직노조는 인천 연수구 재외동포청 앞에서 '호봉제 쟁취, 공무직 처우개선, 파업투쟁 승리'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노조는 "재외동포청이 개청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공무직 임금체계조차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금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임금체계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 산정의 기준을 의미한다. 향후 임금인상이나 상여금, 성과급 협상의 기준선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일하는 조리실무사 등 교육공무직들은 기본급을 두 개 유형으로 나누어 설정하고 1년당 근속수당 3만9,000원을 인상해주는 등 구체적 기준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재외동포청 공무직은 이 같은 기준이 없어 매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받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똑같은 조건으로 입사해도 5년 차가 되면 교육공무직과 재외동포청 공무직 임금은 근속수당에서만 연간 19만5,000원까지 차이 나는 셈이다.

노조는 호봉제 또는 직무급제를 토대로 한 구체적인 임금체계를 요구했다. 호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기준이고 직무급제는 수행하는 직무 난이도나 책임에 따라 급여를 설정하는 제도다. 노조 관계자는 "2023년 입사 당시 기본급이 202만 원이었는데 올해 기본급은 월 최저임금인 206만7,840원으로 사실상 동결됐다"며 "나라가 망한 것도 아닌데 임금동결은 말도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재외동포청은 임금체계 도입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공무직 인건비 예산을 결정하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매년 다르게 설정되고 정부 예산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형화된 임금체계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중앙부처 등 51개 행정기관 중 호봉제나 근속연수에 기초한 임금체계를 설정한 곳이 68.7%(35개)로 나타나는 등 실제 도입 사례가 많기 때문에 재외동포청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지난 1년 반 동안 재외동포청 신입사원 21명 중 5명이 퇴사했다"며 "외교부와 재외동포청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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