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경찰과 검찰의 위법 행위와 변호인의 무능과 무성의, 목격자 오인 진술, 인종 편견 등으로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을 사는 경우는 뜻밖에 많다. 유전자 검사가 주요 법의학적 증거로 채택되기 전인 80년대 중반까지 모발 현미경 검사나 잇자국 비교, 신발 흔적 대조 등, 이제는 ‘쓰레기 과학(junk science)’으로 판명 난 법의학도 저 사법 실패에 일조했다.
미국 사형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1973년 이후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무죄로 풀려난 사례만 최소 200건에 이른다. 절대다수가 흑인과 라틴계다. 1976년 이후 인종 간 살인으로 기소된 흑인 중 사형을 선고받은 이는 백인보다 무려 17배나 많은 300여 명에 달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정의를 약속하지만, 사형에 관한 한 현저히 차별적이었다고 DPIC는 결론지었다.
1989년 이후 미 국가사면등록부(NRE)에 등록된 수사-재판 오류로 인한 사면 건수는 3,175건이다. 그중 DNA 증거로 무죄 방면된 이만 375명에 이른다. 그들의 억울한 옥살이를 합산하면 무려 2만7,200년. 어지간한 문명도 일굴 수 있는 세월이다. 22세에 옥에 갇혀 70세에야 풀려난, 미국 사법역사상 최장기간 누명-옥살이의 주인공 글린 시먼스의 48년도 당연히 거기 포함된다.
2022년 오클라호마 카운티 지방검사로 선출된 이는 공교롭게도 억울한 사형수 구제단체인 ‘이노센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 지부 책임자를 지낸 이였다. 그는 즉각 시먼스에 대한 재심 청구를 포기했다. 시먼스는 2023년 10월 자신에 대한 무죄 판결을 요청하는 소송과 함께 주정부에 보상을 요구했다. 법원은 그해 12월 그의 무죄를 판결했고 그는 지난 8월 주정부의 700만 달러 배상금 제안에 동의했다. 시먼스의 변호인단은 공범 누명을 쓴 로버츠에 대한 구제절차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