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조기 대선 트랙 탄 '어대문'과 '어대명'?... 8년 전과 같지만 다른 이유

입력
2024.12.16 20:00
국정농단보다 불법계엄 파급력 강해
文은 다자구도 경쟁, 李는 압도적 1강
용광로로 녹인 비문… 사법리스크는 족쇄

8년 만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조기 대선이 또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야권에서 대세론을 형성했던 문재인 후보는 다섯 달 뒤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의 승리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 측에선 대선의 'ㄷ' 자도 꺼내지 말라며 바짝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어대문과 어대명,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같고 다른지 따져봤다.


①이슈 : 국정농단과 계엄군, 충격파 달라

우선 탄핵 파급력에서 차이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탄핵됐고, 윤 대통령은 불법 계엄에 의한 내란죄다. 국정농단이 권력의 장막 뒤에서 펼쳐졌다면 불법 계엄 사태는 전 국민이 무장한 계엄군의 등장을 생중계로 목도했다는 점에서 체감한 충격은 더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국정농단에서 허탈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면, 불법 계엄에선 공포감과 분노를 느꼈다"며 "불법 계엄의 강도가 국정농단에 비해 100배 정도 세다"고 말했다. 향후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정부여당 심판론이 8년 전보다 더 거세게 불 수 있다는 게 야당의 판단이다.

②구도 : 안철수 등 대안세력, 이번엔 일대일?

구도 역시 다르다. 8년 전 문재인 당시 후보는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이른바 '대안 세력'이 존재했다. 특히 '반문재인'을 내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위협적이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이재명 후보가 탈락하자, 줄곧 20%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도(한국갤럽) 격차는 단 2%포인트 차이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에선 홍준표 후보까지 나와 결국 대선은 3자 구도로 치러졌고, 문 후보는 두 사람의 거센 추격을 물리치느라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현재로선 이 대표를 위협할 다른 인물이 부재한 상황이다. 더욱이 8년 전 탄핵 책임론을 두고 두 동강 났다가 정권을 넘겨준 보수세력 입장에선 분열은 필패라는 DNA가 각인됐다. 보수 분열이나 제3지대 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대일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③문재인에겐 없던 사법리스크, 이재명 최대 족쇄

이슈와 구도는 이 대표에게 유리할지 모르지만,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8년 전 문재인 후보는 '친문 프레임'이 최대 약점으로 꼽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 캠프는 비문재인계 인사들을 끌어모은 용광로 선대위로 정면돌파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비이재명계를 걸러내며 일극체제를 이뤄놓은 상태다. 이 대표의 포용 의지에 따라 비명계 끌어안기는 가능하다.

더 근본 문제는 문 후보에게는 없었던 각종 사법리스크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피선거권이 10년 이상 박탈되는 징역형 유죄를 받았다. 원칙대로라면 2심과 최종심까지 내년 상반기에는 결론이 나야 한다. 조기 대선 직전 후보가 교체돼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형사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며 사법리스크 공세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1심이 나온 재판들만이라도 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재판 중인 후보를 어떻게 대선 간판으로 내세울 것이냐는 현실적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