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한 환자 10명 중 1~2명,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환자 2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하는 합병증이 급성 신손상이다. 설사나 과도한 신체 활동 후 발생하는 탈수, 전립선 질환이나 요로 결석으로 소변 길이 막히는 요로 폐색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급성 신손상은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소변으로 배출돼야 할 노폐물이 적절히 배출되지 못하는 상태로, 고령 환자일수록 발병 가능성이 높다. 80대의 경우 50대 미만보다 발생률이 5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급성 신손상이 진행되면 소변량이 줄고 체액 내 과잉 수분으로 인한 부종과 호흡곤란, 전해질 이상 등이 발생한다. 신장 기능이 망가져 체액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중증의 경우엔 사망률도 높다. 전해질은 체액에 있는 무기질로, 신경‧근육 기능 조절과 체내 수분량 균형 조절 등에 도움을 준다. 체액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지만, 기존에는 환자의 체중 변화나 소변량 등을 확인하는 식으로 이뤄져 신체 내 복잡한 체액 변화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세중 신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중증 급성 신손상 환자에게 생체전기 임피던스 분석법(BIA)을 적용하면 체액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16일 발표했다. BIA는 체성분 측정기기로 잘 알려진 ‘인바디’가 근육량‧체지방량 추정 시 사용하는 기술이다. 미약한 전류를 흘려 감지되는 전기저항값으로 신체의 체수분을 측정,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간접 추정한다.
연구진은 2017년 7월부터 2020년 7월까지 국내 8개 주요 병원에서 중증 급성 신손상으로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이 필요한 환자 20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기존처럼 체중 변화와 소변량 등을 통해 체액을 관리한 집단(대조군)과 BIA를 통해 체액 상태를 파악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한 집단(실험군)으로 나눠 체액이 과다‧과소하지 않은 평형상태에 도달하는 시간 등을 비교했다. CRRT는 신장 기능을 대신해 외부에서 체내 수분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체액 관리 방법이다.
그 결과, 실험군의 경우 치료를 시작한 후 24시간 이내 체액이 평형상태에 도달했다. 또한 실험군의 28일 사망률은 37%로 대조군(52%)보다 큰 폭으로 낮았다. 28일 사망률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의 예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준으로, 입원 28일 이내 사망하거나 가망이 없어 퇴원한 경우를 사망으로 구분한다. 반면 혈압 안정화를 위한 약물 사용빈도 등은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없었다. 김 교수는 “BIA를 이용해 체액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중증의 급성 신손상 환자 사망률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