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군함이 8년 만에 캄보디아를 방문하기로 했다. 캄보디아가 노골적으로 친중(親中) 행보를 보인 이후 소원해진 미국·캄보디아 관계에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1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미 해군 연안전투함 ‘USS 서배너’가 16~20일 캄보디아 남부 시아누크빌 항구에 정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군함이 캄보디아를 찾는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 군함에 탑승한 승무원 103명은 시아누크빌 바로 옆에 있는 리엄 해군기지에서 캄보디아 사령관과 면담하고 양국 해군 간 친선 스포츠 경기, 지방 공무원들과의 만남 등 교류 행사를 갖기로 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서배너함의 캄보디아 방문은 양국 간 협력을 증진하고 우정을 강화·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캄보디아는 수십 년간 인권 문제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보였다. 미국은 반정부 인사 탄압 등 캄보디아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
양국 관계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국면에서 캄보디아가 중국 쪽으로 돌아서고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자금을 받아들이면서 더욱 경색됐다. 2021년부터 캄보디아가 중국 지원으로 리엄 해군기지에서 대규모 공사에 들어가자 미국은 중국이 이곳에 비밀 해군기지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사를 마친 이 기지에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 군함이 장기간 머물면서 이런 의혹에는 한층 힘이 실렸다. 다만 최근 중국은 리엄 해군기지와 이곳에 머무른 중국 해군 호위함 두 척의 통제권을 캄보디아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방문이 ‘남은 의혹’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캄보디아 측 관측이다. 캄보디아 외교부는 “이번 만남은 양국 관계 개선의 이정표”라며 “양국 간 군사 협력이 다시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와 주캄보디아 미국대사관 측은 자국 해군의 캄보디아 방문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