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으로 헌정질서를 유린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찬성 204표로 가결됐다. 범야권 의원 192명이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12명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틀 전 한동훈 대표의 '탄핵 찬성' 주장에 동조한 숫자다. 친한동훈계와 계파색이 옅은 중립성향 의원들의 선택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권과 무효표(11명)까지 더하면 여당에서 23명이 '윤석열을 지키자'는 기존 대열에서 이탈했다. 반면 대다수인 85명은 탄핵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나 탄핵 후폭풍으로 당의 분열과 갈등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탄핵안 투표 결과 300명 의원 모두 참여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가결됐다. 기권은 3표, 무효 8표였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친한계·중립성향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친한계 조경태 김예지 김상욱 진종오 한지아 등 5명은 "탄핵에 찬성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계파색이 옅은 안철수·김재섭 의원도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들 7명이 모두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때 여당 의원 5명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여기에 무효표를 행사한 8명과 기권한 3명을 포함하면 ‘탄핵 반대’라는 국민의힘 당론에서 이탈한 의원은 총 23명으로 늘어난다.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친한계와 중립성향 의원들이 탄핵 찬성 대열에 가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힘이 이날 탄핵소추안 투표를 자율투표로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샤이(소극적) 탄핵 찬성’표가 드러난 것이다.
‘탄핵 가결’ 흐름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투표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대한민국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는데, 그 뜻이 반영된 것 같다”라며 “12~15표의 가결표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호의적인 당 중진도 탄핵을 ‘결사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중진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면 헌법재판소에서 잘잘못을 따지겠으니 차라리 탄핵해 달라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교하면 윤 대통령 탄핵에 동조한 여당 의원은 ‘소수’라고 평가할만 하다. 당시 투표 때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128명 중 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이 지난 7월 1차 탄핵소추안 투표 당시 ‘탄핵 반대·투표 불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국정 혼란을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탄핵 가결을 분기점으로 당장 국민의힘은 친윤석열계 중심의 ‘탄핵 불가파’와 한동훈 대표·중립성향이 모인 ‘탄핵 찬성파’로 쪼개진 형국이다. 탄핵 불가피성을 주장한 한 대표는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에 공동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퇴진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